최초입력 2025.05.25 13:14:15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고도화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쉬워졌다. 전문가가 아닌 이용자도 텍스트 몇 마디만 입력하면 사진·영상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모델과 카메라, 스튜디오도 필요 없다. 전부 AI로 구현하면 되니까.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일상 속 소소한 재밋거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AI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햄스터 한 마리가 유튜브 검색 순위와 구독자 인기 순위를 휩쓸고 있다. 이름은 정서불안 김햄찌, 직업은 회사원, 특징은 감정적. 당연히 진짜 직장쥐는 아니고 AI로 제작한 햄스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일종의 브이로그다.
김햄찌는 출근하자마자 상사의 모호한 지시사항에 살해 충동을 느끼고, 로또에 당첨돼 사직서를 내는 상상을 한다. 퇴근하기까지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저녁 식사 메뉴를 고르며 정시 퇴근 각을 잰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계란빵을 먹으며 달걀은 살이 안 찐다고 합리화하고 탕후루를 씹으며 과일은 살이 안 찐다고 주문을 건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 “한국인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아는 듯”, “내 생각 들킨 것 같아서 흠칫했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데?”, “귀여운 목소리로 고수위 욕하니까 더 웃기다”, “AI 영상의 문제점인 물건이나 배경이 갑자기 바뀌는 현상이 없어서 이질감이 안 느껴진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현재 20만1000명이다. 첫 콘텐츠가 게시된 지 한 달 남짓의 신생 채널임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에서 17일까지 사흘 동안 하루에 구독자가 2만명씩 늘었다. 이후로는 하루 평균 1만명 안팎의 구독자를 확보 중이다. 녹스인플푸언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이 채널의 평균 영상 조회 수는 117만9700회다. 최고 성장 유튜브 채널 순위에서도 상위권(9위)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김치찌개를 끓이거나 해물파전을 부치는 진돗개, 콩나물밥 만드는 몰티즈, 케이팝 아이돌 안무를 따라 추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기이한 가구를 배치한 인테리어 등 AI를 활용한 동영상이 유명세를 탔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1시간짜리 영상을 숏폼으로 변환하려면 2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AI는 2분가량만 기다리면 비슷한 품질의 숏폼을 완성시킨다”며 “AI 모델의 진화로 일반인도 제작자 수준의 몰입형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콘텐츠 제작 분야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활동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KT는 최근 자체 제작 드라마 신병3의 줄거리를 요약한 숏폼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AI가 만들었다.
쿠팡플레이는 한국프로축구리그에 AI를 접목했다. 경기 중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해설진과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선수들이 패스를 하거나 슛을 넣을 때의 동작과 속도, 이동 거리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과거에는 해설진이 슬로모션 화면을 띄우며 분석했지만 이제는 AI의 역할이 됐다.
CJ ENM은 가상간접광고(VPP)를 성사시켰다. 올해 초 방영한 tvN 예능프로그램 컨츄리쿡에서 요리사 에드워드 리가 매일유업의 두유를 음식 재료로 사용했는데, 이미 촬영이 끝난 상황이었음에도 매일유업과 협의해 두유가 전면에 노출되는 컷을 추가했다. 이전에는 촬영이 종료된 뒤 광고 제안이 들어오면 반영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AI로 광고가 가능해진 것이다.
네이버클라우드도 AI 영상 제작 환경에 뛰어들었다. 지난 21일 방대한 영상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AI가 자동 추출·검색해 주는 영상 분석 서비스 미디어AI언더스탠딩(MAIU)을 공개했다. 통상적으로 예능프로그램 1편을 내놓을 때 3600분에 달하는 영상을 촬영하는데, 기존에는 편집팀이 32시간에 걸쳐 가편집을 마쳤다면 MAIU는 2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MAIU를 통해 15배 이상의 시간 단축이 가능한 셈이다.
구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를 통해 동영상 생성에 특화된 AI 모델 비오3를 발표했다. 도심 거리의 교통 소음이나 들판에서 지저귀는 풀벌레,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 등 장면은 물론 음향까지 AI가 삽입해 준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