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9 21:43:44
베트남 TPD 해상풍력 단지 르포 베트남에 공들이는 SKI E&S “근해 해상풍력 선점하겠다” 티엔장 앞바다에 36기 설치 443Gwh 발전, 20만가구 공급 탄소배출권·PPA로 사업 확장 동유럽 등 신재생에너지 진출
베트남 남부도시 띠엔장에 위치한 메콩강 항구. 이곳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30분간 바다로 나아가자 수평선 한가운데 500m 간격으로 설치된 거대한 풍력발전기 36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 E&S 탄푸동(TPD) 해상풍력 발전단지 현장이다. 이 중 풍력발전 2호기에 보트를 접안한 뒤 사다리를 타고 풍력발전기 기저부에 올라서자 풍력 블레이드 3개가 만들어낸 매서운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길이 75m에 달하는 블레이드는 150m 지름의 큰 원을 만들어내며 초속 7m 속도로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육상에 위치한 변전소로 옮겨진 후 베트남 국영전력공사 EVN으로 공급된다.
TPD 단지는 SK이노베이션 E&S가 세계 각지에서 개발하고 있는 해상풍력 단지 중에 가장 먼저 사업 가동을 시작했다. 풍력 터빈 1기당 4.2㎿로, 50㎿와 100㎿ 단지 2개로 나뉘어 있으며 총 150㎿의 발전용량을 나타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총 4500억원을 투자했고, 이곳에서의 지난해 발전량은 총 443GWh다. 이는 베트남 현지 기준으로 약 20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연간 매출은 500억원에 달한다.
TPD 단지는 연안 10㎞ 이내에 설치된 ‘니어쇼어(near shore)’ 단지라서 시공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바람이 풍부해서 근해에 설치해도 먼 바다와 비슷한 발전효율을 낼 수 있는 덕분이다.
권기혁 SKI E&S 호찌민 대표사무소장은 “터빈은 시속 6~8m로 돌게 되며, 최대 시속 10m에 이를 수도 있다”며 “이는 원해에 설치된 우리나라 풍력 단지에서의 바람 세기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SKI E&S는 일찍이 베트남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았다. 베트남의 대기업 그룹 계열사 GEC가 개발하던 TPD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2022년 45%에 달하는 지분 투자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베트남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20년간 베트남 전력 국영기업 EVN과 고정계약을 맺어 수익 사업으로 낙점해 놓은 상태다.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역시 베트남에 진출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4월 베트남 정부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하려 하고 있다.
SKI E&S는 베트남에서 탄소배출권 확보도 기대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으로 국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조건 충족에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TPD 풍력 단지를 통해 발생할 탄소배출권 전량(26만t 예상)이 15년간 SK E&S에 귀속되도록 계약을 맺은 상태다. 글로벌 탄소 시장이 열리면 탄소배출권으로 직접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SKI E&S는 새로운 ‘D.PPA(직접전력거래 계약)’ 사업 모델도 구상 중이다. D.PPA는 전기 사용자가 국영 전력기업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이다. 전력 수요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고정해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베트남 전력공사 전력 요금이 20% 가까이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면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정된 D.PPA 계약을 전기 생산자와 직접 맺으려는 추세다.
권 지사장은 “D.PPA 체결 시 발전사업자 역시 장기적인 수익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SK E&S도 이미 현지 기업들 다수와 D.PPA 계약 체결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SKI E&S는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동남아 및 동유럽, 북미 등으로 무대를 넓히며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유한 약 1GW 규모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2030년까지 최소 2배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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