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6 17:02:50
“글로벌 해운동맹서 고립 위험” 장기투자 차질 등 불확실성 심화 “민영화 지연 탓 정부 개입 커져” 지적 “직원 동의 사실 아냐” 노조도 반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부산 유세에서 HMM(옛 현대상선) 본사의 부산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직원들도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HMM 내부와 해운업계에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과 함께 이전 강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업체 HMM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정부 지분이 70%가 넘는 구조로, 잇단 민영화 실패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준비되지 않은 부산 이전까지 강행하면 직원 반발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가 발표한 HMM 부산 이전 계획을 높고 회사 내부의 반발은 물론 해운업계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먼저 HMM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향후 글로벌 해운업계 연합 움직임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해운업계는 대형 얼라이언스 재편이라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었던 2M(MSC, 머스크) 얼라이언스가 해체되고, 새로운 동맹이 출범하고 있는 시기다.
HMM은 올해 ONE(일본), 양밍(대만) 등과 함께 3사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를 출범시켰지만 다른 동맹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있다. 해당 동맹은 계약기간 5년으로 2029년 2월까지 유효하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서울 본사를 기반으로 글로벌 해운사와 교류하며 영업·고객 대응을 해왔다”며, “부산 이전 시 향후 얼라이언스 재편 경쟁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해운업은 화주를 상대로 한 ‘세일즈’가 핵심인 산업인 만큼, 고객사와 금융기관이 밀집한 서울이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사들도 대부분 제네바, 상하이, 싱가폴 등 금융·상업 중심지에 본사를 둔다”며 “고객사들이 교통편을 한번 갈아타야 하는 부산에 본사를 두는 것은 해운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만든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부산 이전이 강행되면 HMM의 장기투자 전략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HMM은 최근 2030년까지 친환경 선박 발주, 항만 터미널 확보, 주주친화정책(밸류업) 등 총 23조5000억원 규모 장기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HMM 실적이 좋고 보유한 현금이 많다고 해도 해운업은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며 “부산이전 강행시 회사 유보금의 상당 부분을 쓰게 되고 장기 투자에도 차질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부 직원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HMM 육상직 노조(민주노총, 약 1000여명)와 해상직 노조(한국노총, 약 700여명) 모두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한 논의나 조합원 동의 절차를 진행한 바 없다”며 이 후보의 발언에 반박하고 나섰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큰 해운회사 HMM을 부산으로 옮기겠다”며 “직원들도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산 이전은 단순히 지역을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직원들의 생활 기반이 흔들리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실제로 동의할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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