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6 06:17:42
한화그룹이 2조원대 아워홈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식자재·급식 시장의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15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호텔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약 7개월 만에 한화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한화호텔은 아워홈 인수로 몸집을 불리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워홈 자산총계 1조3336억원이 계열로 편입되면 한화호텔 자산 규모는 4조원대로 훌쩍 뛴다. 매출도 아워홈이 지난해 2조2440억원, 한화호텔이 7509억원으로, 합치면 약 3조원으로 올라선다.
한화 자체 외식사업에 아워홈의 생산·물류 시설을 활용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아워홈은 국내 공장 8곳과 중국 칭다오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물류센터도 14곳에 달한다. 이 시설을 활용해 각종 사업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부사장이 식음료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관심을 가져온 푸드테크(식품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로봇 등 신기술 적용) 사업도 본격 확장할 전망이다. 기존보다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면서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 조리·서빙 인력을 최소화하는 ‘주방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김 부사장은 지난달 현장학습차 한국을 찾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을 만나 “푸드테크로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대신 더 좋은 원재료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화호텔의 자회사 한화푸드테크와 아워홈 간 사업 통폐합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화푸드테크는 63빌딩 뷔페 파빌리온을 비롯해 외식·연회 등 식음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계열사의 구내식당도 일부 운영하고 있다. 아워홈과 사업 영역이 일부 겹치는 점을 감안해 향후 브랜드나 사업 영역을 합칠 가능성이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아직 사업의 추후 세부 일정 등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급식과 식자재 유통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워홈과 함께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식품 시장의 지각변동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식자재·급식 업계는 한화 계열사가 된 아워홈이 매출 1·2위인 CJ프레시웨이와 삼성웰스토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매출 규모가 3조원대에 달한다.
지난해 급식 업체들이 성장세를 보인 건 외식 물가가 치솟으며 런치플레이션(점심과 물가 상승의 합성어)이 장기화한 데다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주변 음식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는 소비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급식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미쉐린가이드, 블루리본 선정 맛집과 협업하고 사내 카페를 도입하면서 소비자 발길을 끌어당긴 영향도 있다.
여기에 한화 계열사 편입으로 아워홈은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 됐다. 한화그룹은 전국에 호텔, 리조트는 물론 제조업, 건설 등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이 그룹 내 계열사의 구내식당을 수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호텔, 리조트 등 그룹 계열사의 식자재 공급 계약도 맡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단체급식 일감 몰아주기 등을 엄정 감시한다고 밝혀 표면적으로는 공개입찰 방식을 취하겠지만 아무래도 한화 계열사 물량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LG 계열사들이 아워홈과의 계약을 철수하고 있어 전체 증감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 고객사를 확보한 채로 한화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LG 계열사가 빠진 자리에 한화 계열사가 들어갈 것이라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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