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4 18:00:00
“정말 다시 갈 수 있을까?”
대학생 시절 애리조나에서 5개월 여 머물 기회가 있었다. 당시 살던 집에서 차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던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해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의 추억은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보물 같은 것이었다. 미국행이 결정되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기억이기도 하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른 지금 그 곳들을 다시 방문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동부에 터를 잡아 물리적으로 거리가 상당하기도 했고, 그 사이 내게는 또 다른 보물들인 어린 두 딸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은 대자연을 보며 감격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목숨보다 귀한 보물들이지만 서부 여행에서는 보물이 아닌 애물단지들이 될 것이 자명했다. 실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동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빗대어 ‘남들이 다 간다고 굳이 무리해서 서부 여행을 계획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 주기도 했다. 엄마 아빠도, 아이들도 피폐해지는 로드트립 대신 워터파크가 딸린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시간과 돈을 쓰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게 이들의 진심어린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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