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5 21:00:00
이선형·이창주 더파운더즈 각자대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시선을 K뷰티로 돌려보면 한없이 뜨겁다. 그야말로 K뷰티 전성시대다. 과거 중국 수출 특수에 의존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디 브랜드’로 시작해 대기업 못지않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을 휘젓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아누아(Anua)’ 브랜드를 앞세워 압도적인 성과를 써내려가고 있는 더파운더즈다.
더파운더즈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지난해 매출액 4277억원을 기록, 전년(1432억원) 대비 300% 가까이 증가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3년 400억원에서 지난해 1456억원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다. 창립 후 9년 연속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 배경에는 더파운더즈를 이끄는 이선형·이창주 각자대표(37)의 독특한 철학과 전략이 자리한다.
‘고객 집착’으로 시작된 여정
1988년생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대학 동기인 이선형, 이창주 대표는 졸업 후 함께 바이오 기업에서 근무하며 사업에 대한 뜻을 키웠다. 이선형 대표는 경제학, 이창주 대표는 인류학을 전공하며 IT나 화장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배경을 가졌지만 기획과 고객 가치 창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창업에 나섰다.
2017년 창업 당시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모바일 환경 변화였다. 큰 자본 없이 고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열렸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개발 능력보다는 기획을 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처음부터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마케팅 역량을 효과적으로 쌓기 위해 반려묘 용품 브랜드 ‘프로젝트21’을 먼저 선보였다. 비교적 타깃 고객 범위가 제한적인 이 시장에서 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한 후, 이를 바탕으로 타깃 소비자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스킨케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전의 히트 브랜드 ‘아누아’ 탄생 배경이다.
더파운더즈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창업 초기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선형 대표는 “사업의 핵심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만드는 것이고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외부 압력 없이 오롯이 제품 개발·테스트에 집중하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투자금이 자칫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고객을 향한 진심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철학은 회사 사명에도 고스란히 스며 있다. 회사 관계자는 “ ‘더파운더즈(The Founders)’라는 이름에는 ‘사업의 핵심인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만드는 데 오롯이 집중하겠다’는 창업가 정신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어성초 토너’ 글로벌 시장 휩쓸다
더파운더즈 성장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단연 아누아 브랜드의 ‘어성초 77% 수딩 토너’다. ‘피부과를 찾아가자니 부담스럽고, 그냥 내버려두자니 고민되는 피부 트러블을 케어해줄 제품이 없을까’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제품은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토너 형태로 피부 진정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어성초 성분을 고함량으로 담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제품력에 대한 입소문은 강력한 바이럴 효과로 이어졌다. 특히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진정성 있게 추천하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반응이 왔다. ‘어성초 토너’가 ‘구원템’ ‘인생 토너’란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덕분이다.
더파운더즈는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빠르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IT 기반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활용해 각 시장의 특성과 고객 니즈를 면밀히 파악하고 온라인 플랫폼(큐텐재팬(Qoo10), 라쿠텐, 북미 아마존 등)과 현지 오프라인 채널(일본 로프트·플라자, 북미 얼타, 영국 부츠 등)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Two-track) 유통 전략을 펼쳤다. “해외 시장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우리를 알리자”는 목표 아래 현지 인플루언서, 소셜미디어 활용을 극대화하며 ‘고객 집착’ 경영 철학을 국경 너머까지 확장했다.
이런 전략은 주효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성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는 ‘착한 성분’과 ‘효능’으로, K뷰티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에서는 트렌디한 이미지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2024년 아마존 Top Brand 선정, 아마존 US 프라임데이 카테고리 1위, 일본 큐텐 메가와리 연속 1위 등 화려한 수상, 입점 이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아누아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눈길을 끄는 대목은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회사 관계자는 “소수 핵심 제품에 집중하며 생산, 재고 관리 비용을 효율화하고, 데이터 기반 마케팅으로 광고 효율을 높였다”라고 소개했다. 해외 시장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평균 판매 단가가 상승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숫자보다 ‘브랜드 확장’에 집중
창업 후 9년 연속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지만 더파운더즈 여정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작을 화장품이 아닌 반려묘 브랜드로 했다가 스킨케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경쟁이 치열한 K뷰티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인지도를 쌓을 만하니 ‘베끼기 짝퉁’ 제품이 등장해 브랜드(IP) 관리에 애를 먹기도 했다.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역량만으로 성장하다 보니 ‘목돈’이 들어가는 신제품 개발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제품 본질에 대한 뚝심과 데이터 기반의 냉철한 판단, 그리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과감한 전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선형 대표는 “우리는 뭘 잘하는 회사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나오는 답, 거기에 우리만의 사업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브랜드를 이렇게 확장해보자’는 식으로 목표를 잡는다고 말한다.
더파운더즈는 아누아를 K뷰티 대표 브랜드로 굳건히 하는 동시에 ‘넥스트 아누아’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두피·모발케어 브랜드 ‘프롬랩스(FROM LABS)’가 다음 주자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만드는 것’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아누아’라는 이름으로 K뷰티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더파운더즈.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성과를 보여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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