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이 컨테이너선을 대규모로 수주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 조선사들이 저가 컨테이너선 공세를 앞세운 중국에 계속해서 밀리는 상황이었으나 미·중 관세전쟁 속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 선박 입항에까지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28일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오세아니아 선사와 84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28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18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지난 26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23일에는 28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24일에는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하며 나흘 새 컨테이너선 총 2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달성했다. 액수로는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울산 HD현대미포에서 16척, 전남 영암 HD현대삼호에서 6척을 각각 건조해 2028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마수걸이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했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지역 선주와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5619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2028년 1월까지 차례대로 선주사에 인계할 예정이다.
이처럼 컨테이너선 수주가 늘고 있는 것은 '트럼프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이 미국에 입항할 때 수수료를 내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3년에 걸쳐 수수료를 인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을 운용하는 해운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졌고 신규 선박 발주에서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이는 이미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연초부터 이런 정책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눈치 빠른 선주사들이 중국 대신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한국 조선업체의 올해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약 131만7900CGT로 시장점유율은 29.7%에 달한다. HD한국조선해양이 따낸 22척과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2척을 더하면 3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 시장점유율은 11.4%에 불과했는데 거의 3배로 뛴 셈이다. 반면 중국 점유율은 작년 86.6%에서 올해는 58.1%로 급감했다.
이에 더해 친환경 규제 역시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다. 일례로 HD현대삼호에서 건조하는 8400TEU급 컨테이너선에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디젤을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LNG 이중연료 엔진(DF)이 탑재되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에도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가 도입된다.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컨테이너선은 중국에 비해 인건비 등 원가 경쟁력이 상당히 약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