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8 13:35:12
SK텔레콤이 본격적으로 유심 무상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초유의 해킹 사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대리점은 대기줄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방문 예약 시스템은 접속자 급증으로 먹통이 됐다.
28일 매경닷컴이 찾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SK텔레콤 대리점 앞은 영업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대리점이 입점된 건물을 둘러싸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직장인 교체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평소보다 한 시간 빨리 문을 열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초도 물량 200개에 대한 대기표가 순식간에 소진됐다.
다른 대리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김포공항로밍센터(약 80명), 강변테크노마트(약 40명), 여의도역(약 100명), 잠실역(약 60명) 등을 비롯한 전국 T월드 2600여곳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력을 늘리기도 하고 유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예약 전용 웹페이지와 T월드 애플리케이션, T월드 홈페이지 배너를 누르면 접속이 가능하다. 본인 인증을 거쳐 방문 희망 매장을 선택하면 된다. 교체 확정 날짜는 예약한 순서대로 문자를 통해 안내한다. 이후 신분증 확인과 문자 대조가 완료되면 새 유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심 교체 예약 시스템은 접근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명과 SK텔레콤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용자 190만명 등 유심 교체 대상이 250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예고된 장애였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영업점에 내방해 직원을 붙잡고 예약 방법을 질문했지만, 직원들은 밀려드는 문의 전화와 곳곳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로 기존 업무조차 마비된 상태여서 응대가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였다. SK텔레콤은 고객센터 상담사를 동원해 디지털 취약계층에 연락을 취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현재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 달 말까지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SK텔레콤에 유심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4곳을 통해 수급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과거 LG유플러스에서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졌을 때 40만개의 유심을 교체하는 데에 10개월이 걸렸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23년 불법 유심복제로 인한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 개발했다. 자신의 유심을 타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한다. 기기 변경과 로밍 이용도 불가능해진다.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554만명이 유심보호서비스에 무료로 가입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A씨는 “해외 출장을 가야해서 유심 교체밖에 답이 없었는데 일찍 온 덕분인지 교체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함께 출국하는 후배는 유심을 못 바꿨는데 유심보호서비스에도 가입이 안 돼 불안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9일 오후 11시께 사내 시스템이 해커에 의해 해킹 공격을 당한 사실을 인지했다. 해커가 시스템에 침투시킨 악성코드가 유심 관련 일부 정보를 빼낸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은 곧바로 악성코드를 삭제하고 해킹 의심 장비를 격리했다.
또 실시간 모니터링과 비정상인증시도차단(FDS) 강화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해 운영 중이고, 로밍 이용 시에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 고도화에 착수했다. 유심 불법 복제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지고 보상할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고객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고가 조기에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고객이 유심 교체를 희망하고 있다며”며 “현장에서 불편을 겪으실 것이 예상되니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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