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8 06:10:05
SNS로 소비자와 적극소통 B2B만 판매해도 팬덤 형성 1분기 거래액 2배가량 급증 플랫폼서 가격비교 실속 소비 젊은층 가성비 쇼핑으로 주목
코로나19 이후 침체에 빠졌던 동대문 도매 상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과거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개인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보세 쇼핑’을 즐겼던 것과 유사한 형태로 온라인에서 도매 브랜드에 입문하는 젊은 고객이 늘어난 모습이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족을 겨냥해 SNS 마케팅에 적극 나선 일명 ‘도매택’ 브랜드들이 개인 소비자들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도매택’은 동대문 도매 브랜드를 뜻한다.
대표적인 도매택 브랜드인 ‘베르가못’ ‘프리티영띵’ ‘온스’ 등은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7만~1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일반 온라인 쇼핑몰처럼 SNS 계정을 통해 모델 착용 사진과 연출 사진 등을 게시하고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며 브랜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다만 대부분 도매택 브랜드는 B2B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개인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한 단계 거쳐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개인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도매택 브랜드를 발견했더라도 해당 업체에서 바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나 에이블리 등 여성 패션 브랜드에서 ‘도매택’ 브랜드를 검색해서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유튜브나 SNS 등에서 해당 브랜드가 소개되면 주요 패션 플랫폼에서 검색량과 판매량 등이 폭증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프리티영띵’의 올해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었고 검색량은 4배 넘게(358%) 급증했다. 그 밖에 ‘바스켓’은 검색량이 940% 폭등했고, ‘온스’(597%), ‘파운더스’(479%) 등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또 다른 여성 플랫폼 에이블리에서도 같은 기간 ‘도매택’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대비 242% 증가했다. 주요 도매택 브랜드인 ‘온스’(62%), ‘앤유브라운’(30%), ‘프리티영띵’(113%) 등도 검색량이 늘었다.
이 같은 도매택 열풍은 2000년대 초중반 동대문 새벽시장의 도매와 소매 상권에서 활기를 띠었던 ‘가성비’ 쇼핑이 온라인에서 부활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과거 소비자들이 직접 새벽시장에 찾아가 도매옷을 사입하며 ‘발품’을 팔았다면, 이제는 SNS를 통해 브랜드를 탐색하고 플랫폼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손품’을 파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과거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벽시장 쇼핑’ 열풍을 일으켰지만, 코로나19 이후 유입이 급감하며 한때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도매상들은 SNS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개인 소비자들 사이에선 SNS에서 도매택 브랜드를 접한 뒤 주요 플랫폼에 해당 브랜드를 검색해 가격을 비교하는 등 손품을 팔아 구매한다는 후기가 많아지고 있다. 주로 ‘드온도 캐시미어 가디건’ ‘프리티영띵 블라우스’ 등 브랜드명과 대표 상품 키워드를 함께 검색해 비교 구매하는 방식이다.
인지도를 쌓은 도매택 브랜드는 팬덤을 기반으로 1만~2만원대 티셔츠뿐만 아니라 20만원대 자체 제작 코트까지 다양한 가격대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데님으로 유명한 ‘OOTJ’는 최근 걸그룹 에스파 카리나가 착용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해당 브랜드는 지난해 2월 서울 성북구에 자체 매장을 열며 B2C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브랜드 ‘온스’도 이달 중순 서울 이태원에서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열며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모았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속에서 동대문 패션 브랜드와 여성 패션 플랫폼이 함께 동반성장하고 있다”며 “과거 동대문 패션이 품질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다는 인식을 벗어나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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