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3 06:45:00
한국서 오픈카 연간 4000대 판매 ‘국산 1호’ 오픈카도 드디어 태동 제네시스, G90 기반 오픈카 공개
오픈카(컨버터블)는 봄과 찰떡궁합이다. 뚜껑을 열고 달릴 때 맑은 하늘,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이 제공하는 ‘삼위일체’를 만끽할 수 있어서다.
날씨 삼위일체는 자유, 해방, 일탈은 물론 낭만도 제공한다. 자유와 해방을 다룬 영화에서는 주인공보다 말없이 더 주목받는 ‘명품 조연’(신스틸러)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과 ‘델마와 루이스’에서 오픈카가 피날레(대미)를 장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질구질한 설명 없이 오픈카가 나오는 장면만으로 영화의 주제인 자유와 해방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오픈카는 ‘오빠차 끝판왕’이다. 벤츠·BMW·아우디·포르쉐가 국내 출시한 오픈카는 여심(女心)을 유혹한다.
“야, 타”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린다. 20~30대 남성 카푸어들도 ‘멋짐 폭발’로 여심을 흔들어 놓는다며 오픈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1년 동안 판매되는 오픈카는 4000대 안팎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현황을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오픈카는 4649대로 집계됐다.
국내 신차 판매대수가 4.5% 감소했지만 오픈카는 16.3% 증가했다. 오픈카와 함께 멋진차로 여겨지는 쿠페도 판매대수가 41.3% 늘었다.
자동차 시장을 양분한 세단과 SUV보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차종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판매된 오픈카 중 국산차는 없다. 모두 벤츠, MINI, 포르쉐, 페라리 등 수입차 브랜드가 판매한 오픈카다.
중고차 시장에 쌍용차(KG모빌리티) 칼리스타, 한국지엠 G2X, 기아 엘란이 간혹 매물로 나오지만 모두 국산차는 아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입차다.
콘셉트카는 있다. 기아 쏘울을 기반으로 만든 쏘울스터, 현대차 투스카니 컨버터블, 기아 익씨드, 쌍용차 라오켄 등이다.
행사나 의전용으로 사용하는 쇼카도 있다. 현대차 벨로스터 오픈카와 에쿠스 리무진 오픈카다. 모두 기존 모델의 뚜껑을 잘라냈을 뿐이다.
마침내 국산 1호 오픈카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뉴욕 국제오토쇼에서 컨버터블 출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제네시스는 이날 ‘엑스 그란 컨버터블’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콘셉트카는 단순히 시험용으로 제작한 차량이 아닌 실제로 기능을 하는 제품”이라며 “양산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네시스 고객에게 큰 기쁨을 줄 컨버터블 모델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산 1호 오픈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엑스 그란 컨버터블은 이달 초 킨텍스(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엑스 그란 컨버터블은 플래그십 세단인 G90를 기반으로 완성된 2도어 콘셉트카다.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 ‘역동적인 우아함’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기존 제네시스와 달리 새롭게 해석한 전면부의 두 줄 그래픽, 낮게 깔린 캐빈과 루프라인, 매끄러운 실루엣을 통해 플래그십다운 존재감과 조형미를 동시에 추구했다.
전면부에는 두 줄 헤드램프와 크레스트 그릴이 적용돼 제네시스 고유의 정체성을 계승했다.
그릴 내부에는 금속 끈을 엮은 듯한 다이아몬드 패턴의 3D 메시가 적용돼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완성했다.
측면부는 길게 뻗은 보닛과 넓게 부풀린 펜더로 차체의 볼륨감을 살렸다. 벨트라인을 후면부까지 연장해 소프트탑 루프와 차체를 분리했다.
부드럽게 솟아오르는 리어 캐릭터 라인을 더해 유려하고 우아한 비례감을 강조했다.
차량 표면 안쪽에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 돌출되는 히든 타입 후방 카메라, 손동작만으로 트렁크를 개폐할 수 있는 제스처 인식 방식도 채택했다.
외관에는 지중해의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컬러를 적용했다. 고급 와인용 포도를 연상시키는 푸른빛의 천연가죽으로 실내를 가득 채웠다. 특유의 광택을 지닌 유칼립투스 원목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엑스 그란 컨버터블은 제네시스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그 모습 그대로 양산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네시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생산할 수 있을 수준이다.
제네시스는 2년 전에도 오픈카 양산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차종은 ‘엑스 컨버터블’이다.
엑스 컨버터블은 지난 2022년 1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엑스 컨버터블은 지붕이 여닫히는 컨버터블 특성을 활용해 ‘자연환경과 교감하는 운전 경험’이라는 제네시스의 전기차 디자인 방향성을 담았다.
한국의 미와 정서를 담은 컬러도 사용했다. 외장 컬러에는 신성하고 기품 있는 두루미의 자태에서 영감을 얻은 펄이 들어간 흰색 계열의 ‘크레인 화이트’를 칠했다.
실내도 한국 전통 가옥의 지붕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 두 가지를 적용했다. ‘기와 네이비’는 전통 가옥의 기와에서 영감을 얻은 색상이다.
‘단청 오렌지’는 한국 전통 목조 건물에 무늬를 그려 넣는 채색기법인 단청에서 영감을 얻었다.
제네시스 디자인 언어 ‘역동적인 우아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컨버터블답게 하드톱 문루프 등으로 개방감을 향상했다.
문루프는 컨버터블의 하드톱이 열리지 않더라도 차 내부로 햇빛이나 달빛이 들어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천장의 유리 패널이다.
긴 보닛과 짧은 프런트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 긴 휠베이스로 품격 높은 외관을 추구했다.
엑스 컨버터블은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2023년에는 이탈리아 자동차 및 산업디자인 전문지인 오토 앤드 디자인이 주최한 ‘카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올해의 콘셉트카’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과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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