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8 15:09:04
배우 이혜영(63)이 60대 킬러로 변신했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지난 2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무서운 이야기’, ‘간신’, ‘허스토리’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혜영은 킬러 조각을, 김성철은 킬러 투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혜영은 “소설을 먼저 봤고, 소설 봤을 때 남들에게 전설로 불리게 된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힘, 원천이 뭘지 궁금했다. 그리고 영화가 어떻게 될까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킬러는 비현실적이라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민규동 감독님이 영화를 한다고 하니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각 캐릭터에 대해 “처음에는 저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각은 할머니지만, 그녀의 매력은 힘이다. 그렇게 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았다. 제가 상상력이 없었나 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조각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살았다. 류가 죽고 나서, 조각이 류로 환생했다고 생각했다. 손톱은 류가 죽으면 죽었을 사람인데, 살아남지 않았나. 그래서 조각은 류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비현실적 판타지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혜영은 “너무 어렵고 촬영 내내 불안했다. 왜 도전했나 싶기도 했다. 이전에 홍상수 감독이나 민규동 감독의 프로세스가 낯설고 타이트했다. 민규동 감독은 강철처럼 탄탄했는데,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기술적으로 연기하면서 감정도 절제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매번 불안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감독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싶다. 맨날 불평 불만했던 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혜영은 ‘파과’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펼쳤다.
그는 “제가 ‘우리집’ 할 때 대본을 받았고 몸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해달라고 하더라. 운동을 해서 몸이 달라지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노쇠한 몸으로 나오길 바랐다. 액션 배우로서, 몸을 만든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래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훈련을 더 했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첫 촬영이 이태원이었다. 저를 납치해서 구덩이에 빠트리는 신을 찍다가 갈비뼈가 나갔다. 그래서 소파에 누워 있기도 했다. 이태원 촬영이 2박 3일이었는데, 그 안에 끝내야 했다. 그래서 촬영하다가 갈비뼈 한 대가 더 나갔다. 그럴 때는 영화 잘 안 나오면 어떡하냐 싶은 불안과 고독이 밀려왔다. 부상을 계속 입었다. 조깅하는 걸 찍어도 발목 때문에 정형외과 가야 했다. 뭘하면 다 병원을 가야 했다.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감정과 기술의 경계에서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투우를 연기한 김성철 덕분에 조각의 매력이 더욱 잘 살았다며 공을 돌렸다.
이혜영은 “조각과 투우의 관계를 만들어 낸 게 김성철의 힘이다. 저돌적이고, 경험이 많지 않아서 순수하고 용감하다. 조각과 투우의 감정은 김성철의 연기가 만든 것, 특별하게 연기했다기보다 김성철의 매력과 힘이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리고 순결하고, 정말 ‘뷰티풀 보이’다.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떤 배우로 클지 모르겠지만, 지금 김성철이 할 수 있는 배역이라고 생각했다. 조각이 어떤 면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김성철의 힘”이라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파과’를 촬영하면서 ‘쓸모 없다’는 문장을 정말 많이 생각했다. ‘쓸모 있다’는 말보다 더 강하게 다가왔다. 조각으로서도 그렇지만, 내가 쓸모 있는 배우로 살아 남기 위해서 계속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보면 기회를 갖지 못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참 감사하다. 나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다 가질 수는 없다. 저는 그래도 꾸준히 잘해온 것 같다.(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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