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들에 “中·러 추격 중”
기존 핵군축 입장서 선회
군함 최소 19척 증강 계획
백악관 “트럼프, 김정은과
조건없는 대화 열려있다”
![미군 장성들 앞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로이터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10/01/news-p.v1.20251001.6fc9503abcd343d5a5a727994277d136_P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30일(현지시간) 중국·러시아와 핵능력을 비교하고 ‘핵 업그레이드’를 언급하면서 세계 지정학에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다. 취임 후 지금까지 ‘핵 군축’에 대한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800명에 이르는 군 지휘부를 불러모아 중국·러시아가 핵능력에서 미국을 추격 중이라며 미묘한 노선 변화를 내비쳤다.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의 핵능력을 거론하면서 “그들은 추격 중(They’re coming up)”이라고 두 차례 말했다. 그는 잠수함의 경우 미국이 25년 앞서 있지만, 중국·러시아가 ‘추격 중’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러시아의 핵능력이 미국과 5년 내에 동등해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추격 중’이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빠르게 핵능력을 키우고 있는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계심이 이 같은 발언에 녹아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핵 군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그는 “러시아·중국 정상과 핵 군축·군비 감축을 위한 대화를 희망한다”며 군비 예산의 절반을 감축하는 방식을 거론했다. 최근에도 내년 2월 만료될 예정인 ‘신전략무기 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30일 전군 지휘관들을 상대로 72분에 걸친 연설에서 핵 업그레이드와 힘이라는 단어를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의 국방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최근 1년 새 핵탄두 보유 수를 100기가량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2025년 연감에 따르면 중국은 총 60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1년 전 500여 기였던 핵탄두가 20%가량 늘어난 셈이다.
핵위협이니셔티브(NTI)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순항미사일 잠수함(SSGN)·공격용 잠수함(SSN) 등 핵잠수함은 미국이 총 71척을 보유해 가장 많고, 러시아(41척)와 중국(12척)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NTI는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2025년까지 함대를 65척(디젤 추진 잠수함 포함)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내년 군사력 증강을 위해 1조달러(약 1400조원) 이상 투입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미 해군은 잠수함·구축함·상륙함 등을 포함해 최소 19척을 증강할 예정이며, 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은) 하루에 한 척씩 선박을 건조했지만, 지금은 선박을 건조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에서 개최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나는 우리의 핵을 재건했고, 핵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그 힘은 너무나 엄청나기 때문에 핵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최근 러시아로부터 약간의 위협을 받자 핵잠수함을 보냈다”고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800여 명의 미군 장성·제독들이 모였다. [AFP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10/01/news-p.v1.20251001.e36e2b7cec774051ace1eb79bfc547c6_P1.jpg)
한편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이후 북한을 상대로 조건 없는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 문제 언급 없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느냐’는 언론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백악관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한반도를 안정화하는 세 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과거 성과를 환기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미국 정부의 원칙과 목표에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019년 6월 판문점 등에서 대면한 바 있다.
이달 말 경주에서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만큼 APEC 이벤트가 북·미 간 대화 여건 조성에 탄력을 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굳이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고서도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진전된 입장을 취하면서 유불리를 따지기 위한 북한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백악관 입장에 대한 ‘행간’을 읽어 향후 대미 스탠스를 정하기 위해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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