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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무원 해고폭풍 몰아치나…물가·고용지표 발표도 올스톱

의회 예산안 처리 끝내 불발…美연방정부 7년만에 셧다운
연방공무원 80만명 무급휴직
공공서비스 등 차질 불가피
항공편도 결항·지연 가능성
정부지출·민간소비 위축 우려
1주 셧다운시 성장률 0.13%↓
금 선물 가격 3900달러 돌파

  • 임성현
  • 기사입력:2025.10.01 18:00:52
  • 최종수정:2025-10-01 20: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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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가 불발돼 1일 0시(현지시간)부터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현실화됐다. 미국 상원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협상 최종일인 이날 7주짜리 공화당의 임시예산안(CR)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55 대 반대 45로 부결되면서 7년 만에 다시 정부 셧다운을 맞았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이 극도의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규모 공무원 해고 사태는 물론 필수 통계 지표들 발표도 중단되면서 가뜩이나 관세정책 후폭풍에 휘청이던 미국 경제에 추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0시를 기해 미국 연방정부가 가동을 멈췄다. 예산 집행이 중단되면서 정부가 제공하던 공공 서비스도 공백 상태에 들어갔다. 연방정부 셧다운은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때 2018년 12월 말부터 35일간 이어진 이후 약 7년 만이다.

셧다운으로 연방정부 직원들은 곧장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경찰, 소방 등 필수 업종 직원들 역시 월급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 앞선 2018년 셧다운 때는 직원 34만명이 휴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셧다운 영향으로 직원 80만명 이상이 일시휴직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를 두고 충돌하는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대규모 해고 사태를 예고해왔다. 실제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셧다운이 현실화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부처를 중심으로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구상을 앞서 밝힌 바 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상원에서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 뒤 정부 기관들에 보낸 메모에서 "영향을 받게 될 기관들은 대응 계획을 이제 실행해야 한다"며 "질서 있게 셧다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계 발표 중단은 시장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핵심 지표인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모두 중단된다. 노동통계국은 "셧다운 기간에 경제 데이터를 발표하거나 수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장 3일과 15일 각각 발표가 예정된 9월 비농업 고용 통계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핵심 지표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금리 조정에 나서야 할 수 있다. 투자자들 역시 '깜깜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어 증시 불확실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 기능이 일시적으로라도 마비되는 셧다운은 경제성장에도 직격탄이 된다. 1분기 마이너스에서 2분기 3.8%로 깜짝 반등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역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2018년 말 시작해 35일간 이어진 정부 셧다운으로 2019년 1분기 성장률은 0.4% 감소했다고 의회 예산국은 추정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도 셧다운이 일주일간 지속되면 성장률이 0.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정부 직원들의 소득 감소로 소비가 위축되고 공공사업 수행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까지 지연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서로에게 예산안 처리 불발 책임을 돌리며 거세게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민주당이 셧다운을 원한다"며 책임을 돌렸다.

셧다운에 따라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교통 관제사와 공항 보안 검색을 담당하는 교통안전청(TSA) 직원들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셧다운 기간에도 근무하지만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셧다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수요가 몰리면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1일 한때 온스당 3904.10달러까지 오르며 처음으로 3900달러를 넘어섰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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