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800명에 이르는 군 지휘부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에 불러 모아 개최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나는 우리의 핵을 재건했고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힘은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결코 그것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의 핵능력을 거론하면서 "그들은 추격 중(They're coming up)"이라고 두 차례 말했다. 그는 잠수함은 미국이 25년 앞서 있지만 중국·러시아가 '추격 중'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러시아의 핵능력이 미국과 5년 내에 동등해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추격 중'이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빠르게 핵능력을 키우고 있는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계심이 그의 발언에 녹아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핵 군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러시아·중국 정상과 핵 군축·군비 감축에 대해 대화하기를 희망한다"며 군비 예산의 절반을 감축하는 방식을 거론했다. 최근에도 내년 2월 만료 예정인 '신전략무기 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연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콴티코 기지에서 전군 지휘관들을 상대로 72분 동안 한 연설에서는 핵 업그레이드와 힘이라는 단어를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1년 새 핵탄두를 100여 기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핵위협이니셔티브(NTI)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순항미사일 잠수함(SSGN)·공격용 잠수함(SSN) 등 핵잠수함은 미국이 총 71척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41척)와 중국(12척)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NTI는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2025년까지 함대를 65척(디젤 추진 잠수함 포함)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내년 군사력 증강을 위해 1조달러(약 140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미국 해군은 잠수함, 구축함, 상륙함 등을 포함해 최소 19척을 증강할 예정이며 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미국은) 하루에 한 척씩 선박을 건조했지만, 지금은 선박을 건조하지 못한다"고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약간의 위협을 받아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무기 중 가장 치명적인 핵잠수함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본토 수호'를 거론하며 국경 통제·이민자 단속 정책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본토 수호가 군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라는 근본 원칙을 되찾았다"며 "미국은 내부로부터 침략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등에 주방위군을 투입해 범죄율이 줄었다고 설명하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이런 위험한 도시들을 군, 주방위군의 훈련기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곧 시카고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집권 후 북한을 상대로 조건 없는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 문제 언급 없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느냐'는 언론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만큼 APEC 이벤트가 미·북 간 대화 여건 조성에 탄력을 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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