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첫날 일정을 소화하다 급거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미국 CBS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이란 핵 문제가 '진정으로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나 J D 밴스 부통령을 이란에 파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와 비슷한 상황 전개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피하고 이란과 협상하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마지막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압도적 군사력에 밀려 사면초가를 맞은 이란도 협상 의사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아랍 국가들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보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 협상을 달성하는 것을 여전히 목표로 삼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물론이다. 해당 지역에서 평화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방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분명히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적 노력이 무산되거나 이란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을 거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초대형 벙커버스터인 GBU-57 지원을 반복적으로 요청해왔다. 이란 산악지역 포르도의 지하 깊숙이 건설된 핵시설을 지상전 없이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 미군이 운용하는 B-2 스텔스 폭격기만 투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계획을 선택한다면 미국이 중동 지역 전쟁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 이는 미군이 미국 외 지역에 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트럼프 선거 구호)로서는 달갑지 않은 선택이다.

예측 불허의 전면전으로 상황이 악화할 조짐이 보이자 예루살렘에 위치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은 17일부터 문을 닫기로 하고 모든 직원에게 자택 등으로 대피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13일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해 이란의 나탄즈 핵단지 지하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 타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IAEA는 17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 분석을 바탕으로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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