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몰리며 ‘여행 업계 큰손’으로
과거 인기였던 고가 명품 쇼핑 투어 대신
사파리·정글 탐험 등 ‘이색 체험’에 열광
단체 관광 대신 ‘직접 일정 짜기’ 추세도
업계, 中여행객 서비스 강화 등 대응 나서
![커피 향을 맡아보는 한 중국인 여행객 [사진 출처 = 신화통신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6/06/rcv.YNA.20250521.PXI20250521054601009_P1.jpg)
지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마오쩌둥 집권 당시 중국인들은 해외여행에 큰 제약을 받았습니다. 일반인의 경우 자국을 벗어나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해외여행은 공무원이나 외교 관계자 등 극히 일부에게만 허용됐습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제한하는 사회주의 체제의 폐쇄성과 자국민 여론 안정화를 위한 정치 통제, 외화 유출 차단 등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도 빠르게 변했습니다. 해외여행 제한이 대폭 완화되면서 바깥 세상을 보지 못했던 수백만명의 중국인들은 해외로 물밀듯이 몰려나갔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마주한 중국인들은 금세 전 세계 여행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들은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경제력을 바탕으로 1000만원 이상 명품가방 등을 싹쓸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업계는 중국인 여행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앞다퉈 ‘명품 쇼핑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명품 쇼핑 투어에 집중됐던 여행 트렌드가 최근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명품 쇼핑을 통해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꾸미고자 했던 사치 충족 여행에서 내면을 가꾸고 새로운 시도로 인생의 밀도를 높이려는 ‘체험 중심형 여행’이 확산하는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여행에서 사들인 명품 자랑 대신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색 체험’을 자랑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다음에는 어떤 여행지에서 무슨 새로운 경험을 할지 미리 아이디어를 얻고 공부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들은 탄자니아에 위치한 사파리를 찾거나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열차에서 찍은 사진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심해 낚시를 즐기거나 인도에서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모습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서부 수마트라 연안의 정글 탐험 영상을 SNS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중국발 관광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몇 년 간 해당 지역에서 반 유목 생활을 하는 멘타와이 부족의 일상을 직접 경험하는 여행 프로그램의 주요 고객층은 주로 유럽인들이었습니다.
모델 에이전트에서 근무하는 30대 빈사 후는 “명품 가방은 결국 가치가 떨어지지만 인생 경험은 갈수록 그 가치가 올라간다”며 “앞으로는 명품 쇼핑 대신 인생을 본격적으로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한 여행객이 인도에서 낙타 사막 투어를 즐기는 모습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6/06/rcv.YNA.20241215.PAF20241215036701009_P1.jpg)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Klook)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중국인 여행객들 중 70%가 여행 예산의 최소 3분의 1 이상을 체험 활동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은 과거에 비해 국립공원이나 가족 테마형 명소를 찾는 중국인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대형 중국 여행 예약 플랫폼 플리기(Fliggy)는 자사 고객 절반 이상이 이제 단체 관광 여행 대신 스스로 여행 일정을 짜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해외 렌터카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7배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뉴질랜드 여행사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명 이상 단체 여행 의뢰가 중국인 고객의 85%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일정을 짜주는 여행사를 통해 만나 함께 동행하는 것을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가족 또는 친구 등 소규모 그룹이 스스로 일정을 정하는 여유로운 여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 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여행객들의 이탈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여행사들도 분주히 움직이며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입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여행객들은 해외여행 1억4600만건에서 총 2210억달러(약 303조570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달성한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클룩은 두바이 사막 캠핑, 도쿄 사무라이 검술 워크숍, 타이베이 장인들과 함께하는 모자이크 램프 만들기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을 대폭 늘리고 죽과 국수 같은 중국식 아침 식사 메뉴를 추가했습니다. 또 중국의 유니온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마케팅 기업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의 수브라마니아 바트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중국인 여행객들이 이제는 ‘남들과 다른 것’과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매우 심오한 변화로 앞으로 새로운 여행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