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다바오시 부시장, 딸 필리핀 부통령…‘가문 정치’

자국민 대량 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감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다바오시 시장으로 선출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 대신 다바오시 부시장으로 당선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아들 세바스티안이 시장직을 대신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 다바오시 시장 선거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득표율 약 65%로 2위 후보(8%)를 압도했다. 다바오시는 필리핀의 제2 도시이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자 현재 필리핀 부통령인 사라는 “취임 선서를 어떻게 할지 변호사들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에 수감돼 있다. 만약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ICC 재판에서 종신형을 받는 등 풀려나지 못하면 아들 세바스티안이 시장직을 대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당선 전 22년 동안 다바오시 시장으로 활동했다. 뉴욕타임스는 “다바오시는 여전히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지지자들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정치 박해 탓에 두테르테가 수감됐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돼 ICC로 압송됐다. ICC는 두테르테가 대통령 재임 중 마약 사범과 조직폭력배 같은 강력 범죄자들을 검거한다며 자국민을 대규모로 학살했다고 밝혀다. 오는 9월 기소를 확정하는 심리가 열린다. ICC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여생을 감옥을 보낼 수도 있다.
한편 이번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필리핀 ‘가문 정치’가 건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장남 파올로와 손자 오마르 빈센트는 다바오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다른 손자 로드리고 2세는 다바오 시의원으로 선출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 사라는 아버지로부터 다바오 시장 자리를 물려받아 정치 경력을 쌓았다. 사라는 2022년 17대 대선에서 경쟁자인 봉봉 마르코스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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