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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총선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 ICC 수감중 당선

마르코스 진영 예상보다 부진 상원 12석 중 6석 그쳐 두테르테측 4이상 확보할듯 세라 두테르테 탄핵 부결 가능성 상승 ‘복싱영웅’ 매니파퀴아오는 낙선

  • 신윤재
  • 기사입력:2025.05.13 16:34:34
  • 최종수정:2025.05.13 16: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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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진영 예상보다 부진
상원 12석 중 6석 그쳐 두테르테측 4이상 확보할듯
세라 두테르테 탄핵 부결 가능성 상승
‘복싱영웅’ 매니파퀴아오는 낙선
13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대로에서 시위대가 전날 실시된 총선 관련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팻말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13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대로에서 시위대가 전날 실시된 총선 관련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팻말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12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필리핀 중간선거(총선·지방선거)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진영이 예상보다 부진한 반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진영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개표율 80% 집계 결과 이번에 선출하는 상원 의석 12석 중 마르코스 측이 6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예상된 9석보다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상원선거 최다 득표자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측근이며, 선출된 6명중 1명은 마르코스 뿐 아니라 두테르테 측과도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측은 당초 예상치보다 많은 4석~5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재임시 반인륜적 범죄 혐의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구속돼 수감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기반인 다바오시 시장 선거에 출마해 경쟁후보를 8배 차이로 따돌리며 사실상 당선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마크코스 대통령의 상원 장악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닐라 소재 드라샐대학의 앤서니 로런스 보르자 부교수는 블룸버그에 “이번 선거 결과는 마르코스(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두테르테 브랜드의 부활, 그리고 전통적인 진보 야당의 고위급 정치권 복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아리에스 아루가이 선임연구원은 “이는 마르코스 행정부에 대한 항의 투표”라고 평가했다.

앞서 9일 발표된 올해 1분기 필리핀 경제 성장률은 전망치 5.7%를 밑도는 5.4%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 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서민층의 소득 정체가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테르테 진영이 상원에서 선전함에 따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이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필리핀 상원은 현 부통령인 세라 두테르테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상원의 배심 구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월 예산 유용 의혹,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암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는 발언 등으로 하원에서 탄핵당했다.

하지만 이번에 뽑힌 상원 12석과 기존 12석을 합해 총 24석 중 9석 이상을 두테르테 진영이 확보한다면 파면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상원에서 탄핵을 부결시킬 수 있다.

오는 7월 예상되는 세라 두테르테 탄핵 표결에서 마르코스 측 상원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필리핀의 정당 간 노선 차이가 명확하지 않고 이합집산이 극심한 점을 고려하면 탄핵 결정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마르코스·두테르테 가문에 속하지 않은 인사 2명도 상원 입성에 성공했다. 그 중 한명이 아키노 전 대통령의 사촌인 바므 아키노로, 이는 수년 만에 마르코스·두테르테 가문 이외 인물이 상원에 입성한 사례다.

아키노 가문은 1980~90년대 마르코스 가문과 대표적인 정적 관계였다. BBC는 “이번 선거 결과는 최근 필리핀 정치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아키노 가문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 이라고 전했다.

이외에 ‘필리핀의 복싱 영웅’ 으로, 상원의원과 대통령 선거 출마 경력이 있는 매니 파퀴아오도 이번 상원선거에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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