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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관세 예외없다던 美, 영국에 첫 면제

첫 무역타결서 드러난 美협상술
美, 기본관세 10% 유지했지만
철강·알루미늄 관세 폐지하고
자동차는 '저율관세할당' 도입
연10만대까지 25→10% 적용
英, 소고기·농산물 수입 개방

  • 최승진
  • 기사입력:2025.05.09 17:56:08
  • 최종수정:2025-05-09 2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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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영국과의 무역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J D 밴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 피터 맨덜슨 주미 영국대사.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영국과의 무역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J D 밴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 피터 맨덜슨 주미 영국대사.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 유예 이후 처음으로 영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 등 다른 협상 대상국들이 참고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예외 없는 부과'를 강조해온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등 '품목 관세'에 대해 조정의 여지를 두면서 유사한 무역 현안을 두고 논의할 한국에도 시사점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한 미·영 무역 합의는 영국이 소고기와 에탄올,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 수입을 촉진하는 대신에 미국은 영국산 제품에 대한 일부 관세를 낮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영국 정부는 디지털 서비스 세금은 미국과 이번 무역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은 미국이 문제 삼아온 각종 비관세 무역장벽을 철폐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조치로 미국 기업에 50억달러 규모의 신규 수출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급부로 미국은 지난달 3일 발효한 25% 자동차 관세를 연간 10만대까지는 10%만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산 자동차에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설정한 것이다.

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대신 '무역동맹(trade union)'이라는 방식을 협상하기로 했는데, 영국 정부는 이것이 관세 철폐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부과한 '기본관세' 10%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품목관세' 대상 품목의 관세가 조정됐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설명하며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일본 측에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자동차 관세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일본 매체들의 보도도 있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적용하는 품목관세에는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과의 합의에서 실질적으로는 이들 품목에 대해서도 협상의 문을 열어둔 셈이다. 이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자동차 관세 문제를 논의해야 할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하기 위해 영국과의 이른 합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영국과의 교역에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이 수월한 상대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 내 자동차업계는 미·영 무역합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동차 관세를 낮춰주기로 한 쿼터 물량인 10만대는 연간 영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수량과 거의 일치하는데, 멕시코와 캐나다를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는 여전히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 25%를 적용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날 로이터는 포드·GM·스텔란티스 등을 대표하는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가 "이번 합의로 인해 미국산 부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영국산 자동차가 부품 중 절반이 미국산으로 채워져야 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원산지 요건을 준수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빅3) 자동차보다 더 저렴하게 수입될 수 있게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부품 공급업체,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미국자동차정책위는 "북미산 자동차보다 우위를 주는 이러한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특혜적 접근이 향후 아시아, 유럽 경쟁국과의 협상에서 선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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