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보안 속 133명 투표 돌입

전 세계 14억명 신자를 보유한 가톨릭의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7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차기 교황을 예측하는 도박 시장에 1900만달러(약 260억원) 판돈이 몰렸다.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당시보다 50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7일 시작된 콘클라베에서 선출될 차기 교황 후보를 놓고 폴리마켓(Polymarket)과 칼시(Kalshi), 벳페어(Betfair)와 같은 도박 시장에서 베팅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베팅 금액은 1900만달러로 지난달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선출될 당시보다 약 50배에 달한다.
주요 도박 사이트에서 가장 지지받는 유력한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이다.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베팅 시장에서는 상위 후보가 아닌 인물이 선출될 확률도 약 6%로 관측한다. 예상을 빗나가 의외의 인물이 선출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2013년 콘클라베 당시 그는 15위에 머무른 ‘비주류 후보’였지만 교황으로 선출됐다.
콘클라베 결과에 베팅하는 ‘교황 도박’ 역사는 최소 500년이 넘은 오랜 전통이다. 1503년 로마 금융인을 중심으로 콘클라베 예측 내기가 이뤄졌고, 1591년에는 그레고리오 14세 교황이 교황 선출을 놓고 돈을 거는 행위를 금지하는 칙령을 내릴 만큼 성행했다고 전해진다. 1400년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 베네치아, 볼로냐 등지에서도 교황의 선종 날짜 등을 두고 도박이 일상화됐다. 당시엔 이 같은 ‘교황 도박’이 오늘날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재테크 수단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5개 대륙 70개국에서 추기경 133명이 참여한다. 콘클라베는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지붕에 설치된 굴뚝 연기 색깔을 통해 알 수 있다. 검은 연기가 나오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없어서 교황 선출이 불발됐다는 뜻이고, 흰 연기가 올라오면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영구적으로 비밀에 부친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또 개인 휴대전화는 모두 밖에 두고 콘클라베에 들어가야 하며 전화와 인터넷, 신문 열람 등 외부와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교황청은 콘클라베 첫 투표 1시간 반 전부터 바티칸 시국 내 휴대전화 통신 신호 송출 시스템을 비활성화하는 등 보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티나 성당에는 도청·녹음 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정밀 수색이 진행됐고 드론과 위성을 통해 투표장을 촬영할 수 없도록 성당 모든 창문에 불투명 필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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