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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나 충성파만 취임식 프리패스…정치인도 기업인도 ‘내 편’만 부른 트럼프

  • 최승진
  • 기사입력:2025.01.15 22:10:17
  • 최종수정:2025.01.15 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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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로이터 연합]
[사진 = 로이터 연합]

오는 20일(현지시간) 개최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는 글로벌 ‘우파 스트롱맨’이 집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지만 이를 깨고 다수의 지도자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반(反)이민·보호무역주의라는 우파적 어젠다를 공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하나같이 ‘자국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거나 트럼프 당선인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초청 역시 선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돼 세계 각국 정치 지형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가장 먼저 참석을 확인한 인물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가장 먼저 만난 정상이었다. 극우 경제학자에서 시작해 대통령에 당선된 그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칭한 바 있다.

역시 우파 포퓰리스트로 꼽히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우파 정부를 이끄는 조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일정이 허락한다면 “기꺼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반이민 정책 코드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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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식 ‘갱단 척결’로 알려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의 초청을 받았다. 대통령 당선 당시부터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다 대선 불복까지 따라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도 취임식 초청장을 받았다. 그는 대법원의 출국금지 명령에 따라 여권이 압수돼 참석이 불투명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직 정상 대신 해당 국가의 우파 지도자를 초청하기도 했다.

세계 정치판에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영국의 극우 계열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를 취임식에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소속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초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극우 프랑스 정치인인 에리크 제무르와 그의 파트너인 사라 크나포도 취임식에 초청을 받았다. 제무르는 트럼프 당선인을 ‘롤모델’이라고 밝혀왔던 인물이다. 제무르의 우파 진영 경쟁자인 마린 르펜은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무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유주의 경제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장을 전달하며 프랑스 우파 내 차기 구도까지도 염두에 둔 셈이다.

스페인의 극우 정당인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도 초청을 받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초청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사진 =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의 우파 정상외교는 이미 세계 정치를 뒤흔드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 CEO가 유럽 정상들을 잇달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머스크 CEO는 스타머 총리를 향해 왕립검찰청장 시절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다며 “스타머는 사임해야 한다. 국가적 수치”라고 비판했던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 CEO가 스타머 총리를 조기 사퇴시킬 방법을 논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최근 사회민주당(SPD) 소속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비판하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바보”라고 조롱했다. 머스크 CEO는 다음 달 열리는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글을 독일 주간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당선인은 ‘좌파 정권’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5%의 ‘관세 폭탄’을 예고한 멕시코·캐나다 정상은 모두 좌파 정당 소속이다. 중도 좌파 자유당 소속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최근 사임을 발표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좌파 정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 소속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사진 = 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는 ‘세계 최고 부자’ 1~3위로 꼽히는 머스크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미국 방송 NBC는 이들 빅테크 기업인들이 참석해 새 정부 내각 지명자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연단 위 자리에 앉을 것이라고 취임식 준비에 참여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에게 거액을 기부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 1기에 비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등 기업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구애하는 현상이 취임식에도 반영된 것이다. 이들 외에 팀 쿡 애플 CEO나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비즈니스계 거물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은 바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하는 등 1기 때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게 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시간주립대의 정치학자 에리카 프랜츠는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실제로 일어날 일이라는 이해가 반영된 것”이라며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고, 심지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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