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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하늘길 프리패스' 中항공사, 유럽노선 장악 속도

우크라전쟁후 러시아 영공막혀
유럽 항공사, 우회로 수익 악화
中항공사들은 우회 안해도 돼
직항노선 점유율 77%로 '쑥'

  • 최현재
  • 기사입력:2025.01.10 17:48:30
  • 최종수정:2025-01-10 19: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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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공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접근이 금지된 러시아 하늘길을 적극 활용해 유럽~중국 노선 장악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 우회로 항로가 길어진 서방 항공사들이 비용 경쟁력 악화에 신음하는 사이 노선 증편과 저렴한 항공권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는 추세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의 서유럽~중국 직항 노선 점유율은 2019년 50%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77%까지 상승했다.

중국의 비약적인 노선 점유율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했다. 전쟁 직후 러시아가 서방 항공사들의 영공 진입을 막으면서다. 러시아를 우회하는 항로를 택해야 했던 유럽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운항 시간은 늘어났다. 그만큼 항공유 소모량도 많아지고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노선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반면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은 영공 접근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우회 운항 없이 최단 거리 항공편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항공사인 국제항공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중국 베이징까지 운항하는 직항 항공편의 총 비행시간은 9시간 30분이다. 반면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경우 10시간 10분이 소요된다.

중국 항공사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대대적으로 유럽 노선을 증편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항공 컨설팅업체 이슈카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중국 3대 항공사(국제항공, 동방항공, 남방항공)가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로 운항한 항공 편수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25~45%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을 인하하면서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 항공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이들 3대 항공사의 중국~서유럽 직항 왕복 항공권 가격은 유럽 항공사에 비해 최대 35% 낮다.

저렴한 데다 최단 거리 서비스까지 제공 가능한 중국 항공업체에 서방 항공사들은 맥을 못추고 있다. 중국으로 향하는 직항편 노선 운영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은 영국 런던과 중국 상하이를 잇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스칸디나비아 항공도 지난해 11월 8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상하이 노선을 닫았으며, 루프트한자와 영국항공도 일부 중국행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중국 항공사들의 경쟁력에 밀려 연거푸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항공산업 전문가인 데이비드 유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 조교수는 FT에 "유럽의 항공사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유럽~중국 노선을 뺏긴 유럽 항공사들은 유럽연합(EU)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노선 경쟁력 악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정치적 이유에 의해 초래된 데다 EU 집행위원회가 항공사들의 피해 보상에도 소극적이어서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은 "정치적 결정으로 영향을 받은 항공사들에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위원회에서는 그럴 의사가 없을 것"이라며 "어떠한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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