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에이피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4% 상승하며 26만1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총은 9조7694억원으로 10조원을 앞두고 있다. 이날 시세이도는 1.15% 하락했으며 시총은 9조5217억원이었다.
올해 초 시세이도 시총의 5분의 1에 불과했던 에이피알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의 시총을 차례로 제쳤다.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은 415%에 달한다. 반면 시세이도는 같은 기간 시총이 7% 감소했다.
에이피알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K뷰티 확산에 따른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 때문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인 에이피알은 미국·일본에서 높은 성장성을 구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제로모공패드, 콜라겐 제품 등의 인기로 해외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3% 성장했다.
특히 올 3분기엔 디바이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대, 화장품 매출이 220%가량 늘어나며 분기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 7월 아마존 프라임데이, 8월 미국 오프라인 채널 울타뷰티에서의 판매 개시로 미국 시장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지역별 매출의 경우 미국은 전년 동기 대비 251%, 일본은 21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업이익률로 볼 때 에이피알은 올 2분기 기준 25.8%로 에스티로더(8%), 아모레퍼시픽(7.3%), 시세이도(4.5%)를 크게 앞선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됐다. 에이피알은 지난 7월 1343억원 규모의 감액배당을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 주주환원에 쓴 금액이 2200억원을 넘어섰다.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 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비과세되는 배당이다. 지난해에도 주주환원율이 55.7%에 달했다.
에이피알이 일본 큐텐이나 메가와리에서 매출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사이 시세이도의 국내외 판매 실적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시세이도는 일본 뷰티 업계 1위 기업이자 세계 5위권 전후의 대형 뷰티 기업이다. 고급 스킨케어 제품으로 유명하며 전 세계 12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다.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약 70%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시세이도 실적을 보면 상반기 순매출은 4698억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7.6% 떨어졌다. 조정 영업이익은 234억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늘었으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일본 내 백화점 및 면세 매출 하락, 중국 시장의 약한 성장, 드렁큰 엘리펀트 브랜드 등 미국 사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드렁큰 엘리펀트에 대해 "틱톡과 SNS를 통해 빠르게 소비층이 유입됐지만 이는 기존 25~40세 프리미엄 소비자층 이탈로 이어졌다"면서 "10대 수요가 급감하고 제품 리콜 영향이 나타나며 상반기 매출이 57%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세이도는 올해 1분기 리브랜딩을 발표하고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제림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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