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렐리는 채권단과 적극협력
파산 위기 딛고 정상궤도 올라
홈플은 이해당사자간 갈등에
새주인 못찾고 회생 지지부진

[본 기사는 10월 01일(17:41) 매일경제 자본시장 전문 유료매체인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인 기업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나란히 회생절차에 들어갔지만 양국 자본시장의 대응은 달랐다.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통해 위기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부품사 마렐리는 지난 6월 미국 델라웨어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Chapter11)를 신청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해온 마렐리는 지난해부터 거시경제 둔화와 중국 전기차 업체 공세가 겹치며 급격히 흔들렸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미즈호은행 등 마렐리의 주요 채권단은 약 6조원(약 6220억엔)에 달하는 부채 대부분을 출자전환·상각으로 처리했다. 대주주인 KKR도 투자금과 기존 부채를 전액 상각·전환하며 손실을 감수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마렐리는 약 1조1780억원(약 1250억엔) 규모의 선순위 DIP(회생 중 운영자금) 대출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일본 자본시장이 유동성 위기를 공동목표 아래 협력적으로 풀어간 사례로 평가된다.
홈플러스는 이와는 다른 경로를 밟고 있다. 지난 3월 홈플러스는 임대료 증가, 고정비 부담 등에 따른 유동성 우려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으로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수개월째 뚜렷한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내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보통주 2조5000억원을 무상소각하는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총부채 약 3조원 중 금융채권이 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채권단의 추가 지원책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한·일 자본시장의 구조적·제도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일본은 기업 유동성 위기 발생 시 정부, 채권단, 산업계가 이해관계를 조정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합의가 비교적 활발히 작동한다. 반면 홈플러스의 경우 회생절차가 6개월가량 진행되고 있음에도 대주주와 주요 채권자 간의 직접적 협의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 이해당사자 간 갈등과 제도적 제약이 얽히면서 회생 해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한진해운의 경우에도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채권단, 해운업계, 정부 간 이해조정이 늦어지며 글로벌 선사와의 계약이 끊겨 결국 청산된 바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DIP 자금 차입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부채 2조원 중 과반이 점포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어 추가 담보 제공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홈플러스가 6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을 추진할 때도 금리, 기존 채권 구조상 우선순위 문제 등으로 신규 자금 유치가 쉽지 않았다. 이에 MBK파트너스 측은 연대보증을 서면서 향후 구상권을 포기하는 약정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정부, 채권단,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살려보고자 노력해야 하는데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모습”이라며 “현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상호 신뢰도를 높여 과감한 회생 전략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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