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차은우·칸예·르브론 모두의 원픽 핫플...세상 가장 핫한 ‘운동화 가게’의 정체는[오찬종의 매일뉴욕]
최근 성수동을 이끄는 중심 브랜드 중 하나는 키스(KITH)입니다. KITH 매장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이 여러 차례 화제가 되기도 했죠.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말 그대로 대란을 일으키는 브랜드입니다. 대체 왜 글로벌 MZ 고객들은 키스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KITH는 스트리트웨어와 하이엔드 패션을 결합한 브랜드입니다. 주로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을 중심으로 판매합니다.
KITH는 특히 셀럽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글로벌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와 제니가 픽 한 브랜드로 유명하고요. 카일리 제너나 모델 벨라 하디드 등 10대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워너비 스타들이 이 브랜드의 광팬입니다.
비단 여성들뿐이 아닙니다. 지난 해 내한했던 힙합의 아이콘 칸예 웨스트도 키스의 팬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농구계의 전설 르브론 제임스는 키스와 함께 콜라보 제품을 내놓기도 하는 등 스포츠 스타들까지도 키스에 열광하고 있죠.
KITH가 이렇게 성공한 이유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다른 좀 독특한 성공 방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키스의 성공 방정식 첫째는 브랜드 간 콜라보레이션입니다. KITH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와 의류를 출시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협업은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둘째는 철저한 한정판 전략입니다. KITH는 제한된 수량의 제품을 출시하는 한정판 전략의 유행을 이끈 브랜드입니다. 희소성을 높이면서 고객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죠.
셋째는 지역 기반 감성입니다. 창업자 로니 피그는 디자인에 본인의 터전인 뉴욕에서 받은 감성을 녹여냈습니다. 이런 브랜드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도 활용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뉴욕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KITH는 뉴욕에 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일 첫 매장은 브루클린이고. 맨하튼 매장은 첫 플래그십 매장으로 방문객들이 가장 많습니다. 최근 맨하튼 플래그십 매장은 새로 리뉴얼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맨하튼 플래그십 매장을 중심으로 키스 우먼과 KITH 키즈 매장도 별도로 주변에 따로 운영하면서 뉴요커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습니다.
KITH 매장은 뉴욕 거리와 이질감 없이 최대한 녹아드는 매장 외관 디자인을 지향합니다. 간판마저도 거리에 그대로 녹아들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됐습니다. ‘뉴욕 스트릿 정신’이 KITH 브랜드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KITH 뉴욕 매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신발 기둥입니다. 나이키 에어포스1을 활용해 석고로 만들었죠. 나이키 에어포스1은 미국 스트릿 패션 운동화 시장에서 선구자이자 시초라고 볼 수 있는 모델입니다. 이 정신을 본인들이 계승했다라는 자부심이 표현된 인테리어죠. 실제 KITH는 나이키 에어포스1 클래식을 다시 현대적으로 재현한 콜라보 제품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Kith Treats는 Kith 매장에서 운영하는 디저트 바입니다. 시리얼 아이스크림이 유명하죠. 내 입맛대로 다양한 토핑을 젤라또처럼 꾸덕한 질감의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 먹을 수 있습니다. 블랙핑크 제니와 차은우 등 유명 스타들이 키스 트리츠 먹방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며 맛집을 인증했습니다.
KITH는 설립된 지 10여년 된 브랜드로 매우 짧은 시간에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창업자 로니 피그(Ronnie Fieg)는 1982년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피그는 어릴 때부터 패션, 특히 신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운동화 매니아였습니다.
그가 처음 ‘덕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열 살 생일 때 삼촌에게 선물 받은 ‘아식스 젤 라이트 III’였습니다. 이 젤 라이트3가 그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 버릴 걸 처음엔 알지 못했습니다. 운동화에 매료된 피그는 13세 어린 나이에 데이비드 Z(David Z)라는 뉴욕의 유명 신발 매장에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데이비드 Z는 당시 뉴욕 소호 거리에서 ‘핫‘한 매장이었습니다. 피그는 이곳에서 스니커즈 시장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웠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내공을 갈고 닦으면서 디자인에 대한 감각도 배웠고요 구매 책임자까지 승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운명을 바꿔버릴 첫 기회가 찾아옵니다. 당시 납품사였던 아식스와 협업이었습니다. 당시 스니커즈 시장엔 콜라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죠. 아식스와 협업에서 피그는 어떤 모델을 선택했을까요? 그의 선택은 처음 생일선물로 받았던 ‘젤라이트III’였습니다. 이 운동화의 색을 코발트블루로 바꾸고 천연가죽 느낌을 더 살린 질감을 구현한 뒤 ‘젤라이트 코브’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데이비즈Z 매장에서 800개를 한정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40여족도 채 못팔고 재고만 쌓여가고 있던 어느날 모처럼 한 고객이 이것저것 물어보며 신발을 사갔습니다. 피그는 그에게 열과 성을 다해 제품을 설명했죠. 그리고 며칠 뒤 매장 문을 연 피그는 생애 첫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그의 신발을 ‘오픈런’하기 위해서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행렬을 마주한 거죠.
알고 보니 그 고객은 다름 아닌 월스트리트저널의 패션 전문 기자였습니다. WSJ에 실린 그의 리뷰를 보고 호기심이 생긴 손님들이 아침부터 몰려들었던 것이죠. 그 결과 남아있던 750켤레는 만 하루 만에 동이 났습니다. 말 그대로 ‘벼락 스타’의 탄생이었습니다.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로니 피그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브랜드를 설립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11년에 뉴욕에서 KITH를 창립했습니다. ‘KITH’라는 이름은 ‘가족과 친구 공동체’를 의미하는 구어체 영어 표현에서 유래됐습니다. 자신의 터전인 뉴욕에서 받은 영향을 구현하겠다는 취지죠.
KITH는 처음 뉴욕에서 매장을 열었고, 이후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로 확장했습니다. KITH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은 2018년 일본 도쿄에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019년 프랑스 파리에 또 하나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마침내 대한민국 성수동에도 진출했죠.
키스는 상장은 물론 뚜렷한 외부 투자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빠르게 사업을 글로벌로 확대 시킬 수 있던 이유는 디자인 철학처럼 경영에서도 ‘콜라보’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KITH는 해외 진출 시 현지 로컬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합니다. 한국 지점은 패션기업 한섬과 협업했죠.
키스가 주도한 ‘콜라보’는 최근 브랜드들 사이에서 일상화라고 할 만큼 많아지면서 포화상태가 되고 있습니다. 키스가 경쟁자들과 얼마나 더 차별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향후 과제입니다.
이제 KITH의 연간 매출은 9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돈 1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죠. 덩치가 커진 만큼 이제 외부 투자도 수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많이 나옵니다. 콜라보의 제왕 KITH가 투자 시장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