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리·무신사도 中자본 유치
對美 우회수출 전략 보다는
中이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 목적
中 AI스타트업 대거 싱가포르行
투자업계선 “싱가포르 워싱” 명명
이커머스 분야선 “한국 워싱” 흐름
차이나머니가 지난해부터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네이버 두 업체가 50% 이상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양강 체제다.
중국자본이 ‘초저가’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 대거 들어오면서 양강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선 ‘한국워싱(Korea Washing)’이 본격화하는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AI기업들이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대거 본사를 이전한 것으로 두고 ‘싱가포르 워싱’이란 조어가 생겼는데, 중국 자본이 이커머스 분야선 한국을 점찍었다는 것이다.
9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중국 자본은 약 3조1500억원을 한국기업 인수·조인트벤처(JV) 설립 등에 사용했다.
우선 알리익스프레스는 G마켓은 각각 3조원을 투자해 JV를 설립하고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에 더해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 국내 패션 버티컬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중국 안타스포츠(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세계 3위 글로벌 스포츠 의류업체)도 최근 약 500억원을 무신사에 투자하며 지분 1.7%를 확보했다.
안타스포츠와 무신사는 향후 JV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자본의 한국시장 진출을 두고 일각선 ‘중국제품의 우회수출 전략’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볼 순 없다.
알티쉐(알리·테무·쉬인)로 대변되는 중국 자본은 그동안 초저가 상품을 멕시코·동남아 등에 유통하고, 현지에서 ‘택갈이’를 통해 미국·유럽에 수출시키는 ‘우회전략’을 사용했다.
그런데 미국·유럽 등서 직구 면세제도를 손보면서 이 같은 우회전략이 더 이상 통하기 쉽지 않아졌다.
미국·유럽 등 거대 소비시장이 있는 선진국은 갈수록 ‘원산지’를 철저히 보며 중국발 저가공습에 대비할 예정이다.
되려 IB업계선 중국 이커머스 본연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알리의 한국진출을 보고 있다.
이를 테면, 알리는 현재 연간 조 단위의 영업적자를 내면서도 공격적으로 각 국가에 진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서 과잉공급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알리 플랫폼으로 각 국가 사업자를 끌어들이면서 알리의 미래 먹거리인 클라우드·제3자 물류 사업 등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알리는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를 통해 “72시간 내 글로벌 무료배송을 하는 스마트 물류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가 한국서 성공한다면,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계 물류’를 장악할 수 있고, 이렇게 알리 플랫폼이 힘이 세지게 되면, 그만큼 알리 클라우드도 더 많이 팔릴 수 있다.
아마존이 글로벌 물류를 장악하면서 클라우드로 돈을 버는 것을 알리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FTA(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한국시장은 알리에게 있어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아마존이 한국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도 상징적이다.
알리가 한국시장서 쿠팡·네이버와 더불어 주요사업자로 부상할 경우, 그만큼 ‘이미지 세탁’과 ‘글로벌 공급망 관리’, 그리고 ‘타 국가로의 사업확장’에 나설 수 있다.
이는 중국 AI기업이 미국 제재를 피해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싱가포르행을 택한 것과 비견된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6월 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미국의 수출 제재와 중국의 엄격한 AI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은 “중국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허브로 선택하고 있다”라며 “2023년 말 기준 싱가포르에는 1100개가 넘는 AI 스타트업이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선 1100여개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중국계 스타트업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자본이 한국행을 택하면서 추가적인 투자유치, 그리고 공급망 관리에서의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며 “싱가포르 워싱에 이어서 이커머스 분야서 한국 워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국영 원자력 기업인 중핵그룹 산하사물인터넷(IoT)데이터그룹이 티몬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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