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그의 시선이 기자가 아닌 경기장쪽으로 자꾸 향했다. 이유를 물었다. “우리 남편이 저기서 경기하고 있어요.”
당시 남편 신기웅 씨는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동호인대회’(이하 문체부장관기) 3쿠션 동호인 1부 예선 2라운드를 치르고 있었다.
아내의 우승 소식에 기를 받았는지, 남편은 승승장구하며 동호인 1부 우승까지 차지했다.
인터뷰 후 관중석에서 남편을 응원하던 오수정 선수는 남편의 우승이 확정되자 “오늘(17일)이 제 인생 베스트 날”이라며 본인 우승 때보다 더 기뻐했다. 남편 신기웅씨는 “챔피언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덩달아 겹경사를 맞게 됐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오 선수는 당시 남편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구를 배운다는 핑계로 신씨 당구장을 자주 찾았다고. 신씨도 이런 오씨의 ‘대시’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곧 연인으로 발전했고, 6개월 뒤 ‘백년가약’까지 맺는다. 다소 빠른 결혼까지의 과정은 신 씨 부모님의 제안 덕분이다.
신 씨는 “어느날 부모님이 수정이(오수정 선수)를 보고 싶어 하셔서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게 상견례 자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신 씨의 일가친척이 다 방문해 오씨를 보게 된 것. 그러면서 결혼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고, 이렇게 두 사람은 연애 6개월만에 부부가 됐다.
두 사람은 서로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오수정 선수는 중2때부터 사이클 선수로 활동했다. 20대 초반엔 실업팀(창원 경륜팀) 선수로 활약하며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올린 기대주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허리를 크게 다쳐 사이클 선수의 꿈을 접었다. 신기웅 씨도 고교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을 당해 얼음판을 떠나야했다.
이처럼 큰 부상을 입은 두 사람이 찾은 운동이 바로 당구다.
신 씨는 2010년 ‘오페라배 국제식3쿠션대회’ 및 ‘서울연맹회장배’ 동호인부 정상에 오르며 아마추어 강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해에 아예 선수로도 나섰지만, 생계 때문에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클럽을 운영하며 동호인 활동에만 전념했다.
이 가운데 오 선수도 2011년 잠깐 선수생활을 하다 큐를 놓았다. 그러던 2016년, 그는 ‘2016 코리아당구왕’ 여성부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서울연맹 선수로 등록해 제2의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 9년차 부부는 올해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월 부모님 집에서 분가한 것. 또한 오수정씨가 선수가 된 후 수많은 전국대회에 참가하는데, 전국 곳곳을 여행하듯 돌아다니는 게 즐겁다고. 덕분에 최근엔 “또 한번의 신혼 기분을 만끽하는 중”이라고 한다.

“저희 부부의 대화주제는 거의 당구입니다. 삶을 송두리 채 당구에 던져놓고 사는 사람들이죠. 하하. 그만큼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어요. 아내는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저는 클럽 운영자이자 동호인, 여기에 선수 오수정의 ‘매니저’ 역할도 잘 소화해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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