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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3쿠션 동반우승’ 오수정-신기웅 커플

[문체부장관기]아내는 선수부 우승, 남편은 동호인부 우승
결혼 9년차 부부 “인생 베스트 날이죠”
둘다 사이클선수-아이스하키선수하다 부상으로 포기
당구장 사장‧손님서 6개월만에 부부 인연

  • 기사입력:2018.03.20 12:05:50
  • 최종수정:2018-03-21 13: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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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선수’아내와 ‘아마추어’남편이 같은 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 주인공은 여자 3쿠션 오수정(서울연맹‧34) 선수와 남편 신기웅 동호인(프롬동호회‧35).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포천종합체육관. ‘2018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이하 포천 전국당구선수권) 여성부 3쿠션 우승자 오수정 선수를 MK빌리어드뉴스가 인터뷰 중이었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기자가 아닌 경기장쪽으로 자꾸 향했다. 이유를 물었다. “우리 남편이 저기서 경기하고 있어요.”

당시 남편 신기웅 씨는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동호인대회’(이하 문체부장관기) 3쿠션 동호인 1부 예선 2라운드를 치르고 있었다.

아내의 우승 소식에 기를 받았는지, 남편은 승승장구하며 동호인 1부 우승까지 차지했다.

인터뷰 후 관중석에서 남편을 응원하던 오수정 선수는 남편의 우승이 확정되자 “오늘(17일)이 제 인생 베스트 날”이라며 본인 우승 때보다 더 기뻐했다. 남편 신기웅씨는 “챔피언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덩달아 겹경사를 맞게 됐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우리 부부 인생 베트스 날이에요" 신기웅씨의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동호인대회’ 동호인 1부 우승이 확정되자 아내 오수정 선수는 기자에게 "우리 부부 동반 우승했어요. 베스트 날이에요"라며 이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 부부 인생 베트스 날이에요" 신기웅씨의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동호인대회’ 동호인 1부 우승이 확정되자 아내 오수정 선수는 기자에게 "우리 부부 동반 우승했어요. 베스트 날이에요"라며 이 사진을 보내왔다.
기자에게 각자의 우승컵을 든 사진을 보내준 부부는 “당구장 사장(남편)과 손님(아내)으로 만난 저희가 이렇게 당구판에서 큰 영광을, 그것도 같은 날 누리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8년, 서울 송파구의 한 당구장에서 시작됐다. 대구에서 올라와 직장생활 하던 오씨가 동료들과 우연히 들른 당구장이 남편 신씨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오 선수는 당시 남편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구를 배운다는 핑계로 신씨 당구장을 자주 찾았다고. 신씨도 이런 오씨의 ‘대시’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곧 연인으로 발전했고, 6개월 뒤 ‘백년가약’까지 맺는다. 다소 빠른 결혼까지의 과정은 신 씨 부모님의 제안 덕분이다.

신 씨는 “어느날 부모님이 수정이(오수정 선수)를 보고 싶어 하셔서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게 상견례 자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신 씨의 일가친척이 다 방문해 오씨를 보게 된 것. 그러면서 결혼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고, 이렇게 두 사람은 연애 6개월만에 부부가 됐다.

두 사람은 서로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오수정 선수는 중2때부터 사이클 선수로 활동했다. 20대 초반엔 실업팀(창원 경륜팀) 선수로 활약하며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올린 기대주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허리를 크게 다쳐 사이클 선수의 꿈을 접었다. 신기웅 씨도 고교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을 당해 얼음판을 떠나야했다.

이처럼 큰 부상을 입은 두 사람이 찾은 운동이 바로 당구다.

신 씨는 2010년 ‘오페라배 국제식3쿠션대회’ 및 ‘서울연맹회장배’ 동호인부 정상에 오르며 아마추어 강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해에 아예 선수로도 나섰지만, 생계 때문에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클럽을 운영하며 동호인 활동에만 전념했다.

이 가운데 오 선수도 2011년 잠깐 선수생활을 하다 큐를 놓았다. 그러던 2016년, 그는 ‘2016 코리아당구왕’ 여성부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서울연맹 선수로 등록해 제2의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 9년차 부부는 올해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1월 부모님 집에서 분가한 것. 또한 오수정씨가 선수가 된 후 수많은 전국대회에 참가하는데, 전국 곳곳을 여행하듯 돌아다니는 게 즐겁다고. 덕분에 최근엔 “또 한번의 신혼 기분을 만끽하는 중”이라고 한다.

당구대회에 함께 출전한 오수정 신기웅 부부. 두 사람은 "전국대회 출전하면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일이 저희 부부에겐 여행 다니는 것 처럼 즐겁다"고 말했다.
당구대회에 함께 출전한 오수정 신기웅 부부. 두 사람은 "전국대회 출전하면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일이 저희 부부에겐 여행 다니는 것 처럼 즐겁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구처럼, 때로는 남매처럼 지내는 ‘당구 부부’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이번에 우승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꾸준히 입상해 ‘전국 강자’로 자리잡고 싶어요. 또 매번 옆에서 저를 보살펴주는 우리 남편과도 지금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거예요”(오수정)

“저희 부부의 대화주제는 거의 당구입니다. 삶을 송두리 채 당구에 던져놓고 사는 사람들이죠. 하하. 그만큼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어요. 아내는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저는 클럽 운영자이자 동호인, 여기에 선수 오수정의 ‘매니저’ 역할도 잘 소화해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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