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이 새출발을 알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6월 4일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 호텔 헤르메스홀에서 ‘이민성 U-22 축구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U-22 대표팀을 이끌 지도자가 생긴 건 지난해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이후 처음이다. U-22 대표팀 사령탑은 1년 이상 공석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두 차례 월드컵(1998·2002) 포함 A매치 67경기에서 2골을 터뜨린 수비수였다. 이 감독은 중앙 수비수,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을 소화했던 멀티 플레이어였다.
이 감독은 선수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이 감독은 단계를 거쳤다. 용인시청 축구단을 시작으로 광저우 헝다(중국), 강원 FC, 전남 드래곤즈, 울산 HD, 창춘 야타이(중국), 한국 U-23 대표팀 등에서 코치 경력을 쌓았다.
이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선 김학범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의 우승에 이바지했다.
이 감독은 이후 대전하나시티즌 지휘봉을 잡아 팀의 오랜 바람이었던 K리그1 승격을 일궜다.
이 감독은 U-22 대표팀 사령탑으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 감독이 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Q. U-22 대표팀 감독 취임 소감.
강원도 원주까지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공식적으로 첫인사다. 대단히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이다. U-23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은 한국 축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팀이다. 아주 잘 챙겨야 하는 연령대다. 우린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중요한 국제대회에 나갈 뿐 아니라 성인 대표팀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를 키워내야 한다. 그런 팀을 이끌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다.
코치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금메달을 딴 경험이 있다. 2020 AFC U-23 아시안컵 우승 경험도 있다.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잘 살리겠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꼭 좋은 성과를 내겠다.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고, 성인 대표팀으로 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수와 국민 모두 축구로 행복을 더할 수 있도록 모든 걸 쏟아내겠다.
Q. U-22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AFC U-23 챔피언십 등을 경험한 것이 큰 점수를 받았다. 변수가 많은 연령별 대표팀이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무엇인가.
2018년 아시안게임과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을 비교해서 예를 들어보겠다. 과거엔 U-22 규정이 정착되기 전이었다. U-22 규정은 있었는데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드물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많은 U-22 선수가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주전급 선수도 많다. 선수들이 경기에 꾸준히 나선다는 게 큰 장점이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명단에 포함되는 모든 선수의 체력을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체력을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지 고민이다. 2018년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 준비할 시간이 꽤 있었다. 지금은 A매치 기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선수에게 맞는 훈련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최대의 효율을 낼 계획이다.

Q. 어떤 축구를 펼칠 것인가.
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대전에선 감독을 맡았다.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조화다. 선수의 장점을 얼마만큼 끌어내고, 팀에 얼마만큼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 내 축구 철학을 간략히 소개하면, 밸런스, 스피드가 핵심이다. 강한 압박, 빠른 공·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전에선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했다.
포메이션은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이 어떤 포지션에서 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지 볼 것이다.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포메이션을 찾겠다.
Q. 성인 대표팀과의 연속성도 중요하지 않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김학범 감독님과 자주 했던 얘기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팀은 성인 대표팀이다. 성인 대표팀에서 U-22 대표 선수를 필요로 한다면, 무조건 보내야 한다. 성인 대표팀이 최우선이다. 나는 더 많은 선수를 성인 대표팀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내 역할 중 하나다. 홍명보 성인 대표팀 감독님과 꾸준히 소통하려고 한다.
Q. 선택지가 꽤 있었던 것으로 안다. U-22 대표팀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선수 시절엔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꿈이었다.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나가는 걸 꿈꿨다. 지도자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경험했다. 코치 생활을 하며 ‘언젠가 이 연령대 감독을 맡아보고 싶다’는 꿈을 꿨다. 다른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금전적으로 더 좋은 제안이 왔더라도 U-22 대표팀을 선택했을 거다. 내가 U-22 대표팀 감독이라는 게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그만큼 소중한 기회다.

Q. 배준호와 인연이 깊지 않나. 배준호는 U-22 대표팀 핵심이다.
재능이 많은 선수다. 유럽 무대를 경험하면서 더 큰 성장을 이뤘다. 특히 신체적인 부분이 아주 좋아졌다. 대전에서 함께했을 때부터 ‘남다르다’고 느꼈던 볼 터치 등은 더 좋아진 듯하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소속팀에서 더 많은 골, 도움을 기록한다면, 더 큰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배준호는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재목이다.
Q. 한국은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 요인을 무엇이라고 분석했나.
조심스럽다.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동남아시아 축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술만 보면, 한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우린 아시아 대회에서 주도하는 축구를 한다. 주도하는 축구를 하다 보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위험 관리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주도하는 축구에서 중요한 건 기회가 왔을 때 득점으로 연결하는 거다. 그러지 못했을 땐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걸 신경 써야 한다.
강호로 꼽히는 유럽 팀도 전력이 약한 팀과 경기할 때 이변의 희생양이 되곤 한다. 위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신경 쓰고 준비하겠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Q. 양민혁, 윤도영 등 재능이 풍부한 어린 선수를 활용할 계획도 있나.
이 팀을 맡기 전부터 늘 생각했던 게 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2003년생이라서 ‘꼭 선발한다’는 법은 없다. 9월 U-20 월드컵이 있다. U-20 대표팀은 그 대회를 준비하는 시기다. 이번에 어린 선수들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다. 누구든지 U-22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U-17 대표팀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라면, U-22 대표팀 승선 기회를 줄 것이다.
Q. 아직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와일드카드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연령별 대표팀은 변화가 크다. 올해와 내년이 크게 다를 것이다. 관찰을 계속하려고 한다. 아시아 대회를 치르면서 팀에 꼭 필요한 포지션을 점검하려고 한다.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코치들과 상의해서 좋은 팀을 만들어가겠다.
Q. U-22 대표팀 감독 면접에서 프레젠테이션에 큰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U-22 대표팀 감독에 대한 열망이 프레젠테이션 안에 다 들어가 있었다던데.
앞서서 말씀드린 나의 축구 철학이 주된 내용이었다. 밸런스, 팀워크, 스피드 이 세 가지를 강조했다. 공·수 전환이 빨라야 하고, 밸런스가 갖춰줘야 한다. 전방 압박도 아주 중요하다. 그런 부분을 프레젠테이션으로 준비했었다. 현영민 KFA 전력강화위원장이 준비했던 부분을 높이 평가해 준 것 같다.

Q. 이번에 소집된 선수 외에도 눈여겨보는 이가 있나.
한 선수를 콕 집어서 말씀드리긴 어렵다. 계속해서 선별해야 한다. 지금까진 티브이 등을 통해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이젠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려고 한다.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모습도 직접 챙겨보고 싶다.
Q. 일본 축구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따라잡을 복안이 있나.
J1리그를 현장에서 여러 번 봤다. 솔직히 일본과의 격차가 좀 난다. J1리그의 압박 속도가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 또 하나의 큰 차이는 퍼스트 터치다. 볼을 어떻게 받아내느냐에 따라서 공격의 속도가 달라진다. 일본 선수들이 퍼스트 터치에서도 확실히 앞선다. 하지만, 한국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 좋은 지도자도 여럿이다. 다 함께 노력하면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Q. 5일 호주를 상대로 U-22 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내가 U-22 대표팀을 맡기 전부터 예정됐던 경기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볼 부분이 있다. 볼을 빼앗겼을 때 얼마나 빠르게 수비로 전환하느냐다. 전방 압박, 공격으로 나아가는 속도도 중점적으로 볼 거다.

Q. 김학범 감독과 인연이 깊지 않나. U-22 대표팀을 맡고 나눈 이야기가 있나.
김학범 감독께서 전화를 주셨다. 김학범 감독님이 “가서 잘하라. 어려운 상황 같은데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잘 관찰해서 좋은 선수 많이 뽑길 바란다. 꼭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Q. 이민성 감독에게 큰 영감을 준 지도자가 있나.
지금껏 배움을 주셨던 모든 지도자다. 이장수, 거스 히딩크, 세놀 귀네슈, 김학범 등 모든 감독님이 가르침을 주셨다. 이 모든 분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웃음). 중요한 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다.
Q. 9월 U-23 아시안컵 예선을 치른다. 한국이 인도네시아를 만난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을 좌절시킨 팀이다.
인도네시아전은 큰 걱정 안 한다. 염기훈 코치를 모셔 오지 않았나(웃음). 염기훈 코치가 잘해줄 거다. 잘 준비하겠다. 많은 아시아 팀이 큰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소집 기간이 아주 중요해졌다. 우리의 게임 모델을 가지고서 어떻게 나아가느냐가 경쟁의 성패를 가른다. 우리의 상대가 정해졌다. 철저히 분석하고, 어떻게 경기를 치러야 할지 확실하게 준비하겠다. 그 계획대로 착실히 훈련해 경기에 나선다면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본다.

Q. 목표는 무엇인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대전에 있을 때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께서 축구계에 큰 도움을 주셨다. ‘팀을 승격시켜야 한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그 덕에 대전을 K리그1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도 큰 동기부여를 가지고서 도전하려고 한다. 한국 축구를 책임질 선수들의 장래가 달린 대회다.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선수들에게 꼭 병역 면제 혜택을 전해주고 싶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 동메달이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홍명보 감독님이 일군 성과였다. 2028 LA 올림픽에서 그 이상의 성적에 도전하고 싶다. 그게 내 꿈이다.
Q.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8 LA 올림픽부터 남자 축구 본선 진출국 수를 16개국에서 12개국으로 줄였다.
IOC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 내가 IOC에 가서 ‘다시 늘려달라’고 부탁할 순 없지 않나(웃음). 상황에 맞춰서 잘 준비하겠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어려워지면, 그만큼 더 준비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먼 길 와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을 거다.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 잘 반영해서 좋은 팀 만들어가겠다.
[원주=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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