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애는 11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클럽 동코스(파72)에서 열린 J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총상금 1억2000만엔) 최종일 4라운드에서 1차 연장전 끝에 버디를 잡으며 우승했다.
이날 선두 후지타 사이키(일본)에게 2타 뒤진 2위에서 출발한 신지애는 파를 17개 기록하고 보기를 1개 범하며 1타를 잃었다. 그사이 2006년 데뷔해 통산 6승을 기록한 후지타는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유지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3개를 범하고 버디는 2개에 그치며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신지애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18번홀(파5)에서 진행된 1차 연장전. 신지애의 세 번째 샷이 홀에서 1m 옆에 붙은 사이 후지타는 4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려 이미 승부의 축은 기울어졌다. 그리고 신지애는 침착하게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지애는 올해 초 "우승을 차지한 뒤 몰려오는 기쁨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아무리 힘든 훈련도 이겨내고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출전한 두 개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남은 시즌에는 꼭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이효송이 우승했고, 올해는 신지애가 정상에 오르며 2년 연속 한국 선수들이 일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어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신지애는 우승 직후 "오늘은 어머니의 날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했다. 또 프로골퍼가 된 지 20주년이 됐다. 매년 많은 후배가 성장하고 있어 계속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골프의 신'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 대회 정상에 올라 '프로 잡는 아마추어'라고 불렸던 신지애는 2005년 프로로 전향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한 그는 단일 시즌 최다승(9승), 3년 연속 상금왕 등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활약했고, JLPGA 투어에선 2014년부터 활약하고 있다. 우승은 세기도 어렵다. 한국(20승), 미국(11승), 일본(29승), 호주·유럽(6승) 등 전 세계 투어에서 프로 통산 66승을 기록했다. 2005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KLPGA 투어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포함하면 프로 대회 우승 기록은 67승으로 늘어난다.
또 JLPGA 투어에서는 2023년 6월 어스몬다민컵 이후 1년11개월 만에 다시 챔피언에 올랐고, 우승 기록만 보면 지난해 12월 ISPS 호주오픈에 이어 6개월 만에 정상을 밟았다.
신지애는 2018년 이후 이 대회 두 번째 우승과 함께 일본 메이저 통산 우승 횟수를 '5승'으로 늘렸다. 또 JLPGA 투어에서 29번째 우승을 차지한 신지애는 '영구시드'까지 단 1승만을 남기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JLPGA 투어 통산 상금 1위에 오른 신지애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 2400만엔을 받아 통산 상금을 14억715만8071엔으로 늘리며 JLPGA 투어 사상 최초로 '통산 상금 14억엔 돌파' 기록도 세웠다. 신지애는 37세의 나이로 2008년 이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된 이후 '최연장자 우승'으로도 기록됐다.
신지애의 롱런 비결은 '노력'밖에 없다. "지금도 지는 게 가장 싫다"고 밝힌 신지애는 매 대회 우승 경쟁을 펼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전지훈련 기간에 소화한 하루 일정표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한 달간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어지는 빽빽한 스케줄을 하루도 빠짐없이 소화했다.
신지애는 "우승의 감격을 맛보기 위해서는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곧바로 성적으로 나타나는 게 골프"라며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 골프에 미쳐 살고 있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골프에 몰두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영구시드까지 1승을 남긴 신지애는 하나의 목표가 더 있다. 바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신지애는 "일본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게 된다. 아직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정말 많다. 현역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신지애와 함께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도 저력을 보였다.
이민영이 4위, '베테랑' 전미정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KL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출전한 박현경도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며 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5세176일로 J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이효송은 이날 무려 5타를 잃고 합계 3오버파 291타 공동 29위로 마무리했다. 최종일 순위가 미끄러진 것은 아쉽지만 올해 가장 좋은 순위를 기록하며 반등 기회를 만들었다. 이효송은 이번 대회 전까지 5차례 출전했지만 기권 한 번과 컷탈락 두 번, 그리고 공동 55위와 공동 3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이번 대회까지 15라운드를 치르며 60대 타수는 살롱파스컵 3라운드 때 기록한 68타가 유일하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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