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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어도 … 뭐든지 할 수 있죠"

우리금융챔피언십 돌풍 이승민
발달장애에도 4언더 공동 4위
비시즌 100일간 퍼트 맹훈련
"친구들에게 꿈·희망 주고파"

  • 임정우
  • 기사입력:2025.04.25 17:04:03
  • 최종수정:2025-04-25 19: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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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이 11번홀 플레이 도중 손가락 'V자'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다.  KPGA
이승민이 11번홀 플레이 도중 손가락 'V자'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다. KPGA


장애인도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겨울 10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했다는 이승민. 자폐성 발달장애 프로 골퍼인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승민은 25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쳤다. 중간합계 4언더파 138타를 기록한 그는 선두 박준홍(6언더파 136타)에 2타 뒤진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이승민의 어머니 박지애 씨는 둘째날 리더보드를 보고 "내가 알던 승민이가 아닌 것 같다"고 깜짝 놀라워 했다. 스폰서 추천 선수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승민은 개막에 앞서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KPGA 투어 출전권이 없고 개인 최고 성적이 2023년 KB금융 리브챔피언십 공동 37위였다.

그러나 이승민은 난도가 높은 서원밸리CC에서 이틀간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둘째날에는 보기를 단 1개로 막고 버디 4개를 잡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승민이 맹활약을 펼치는 데 지난겨울 태국 치앙마이에서 흘린 땀방울이 큰 역할을 했다.

100일간 진행된 전지훈련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연습에 매진했던 그는 드라이버, 아이언, 그린 주변 플레이, 퍼트 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 가장 실력이 향상된 건 퍼트다. 지난해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34~36개에 달했던 그는 30개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이승민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100일간 매일 연습을 했던 게 이번 대회에서 나타났다. 버디를 잡으면 기분이 좋은데 남은 라운드에서도 언더파를 기록할 수 있도록 집중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주말에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된 이승민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장애를 갖고 있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비장애인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하면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국골프협회(USGA) US 어댑티브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수많은 장애인 골프대회 정상에 오르며 세계 장애인 골프 세계랭킹(WR4GD) 2위에 자리한 이승민은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세계랭킹 1위와 함께 앞으로 이루고 싶은 한 가지 목표가 있다.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골프가 채택된다면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국 남자골프의 에이스인 임성재와의 남다른 인연도 소개했다. 이승민은 임성재와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만나 서로를 응원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승민은 "임성재는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형처럼 먼저 안부를 물어주는 임성재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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