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쉽게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었다. 기습 번트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른 이정후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에인절스와 원정경기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볼넷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361로 올랐다.
1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타일러 앤더슨을 상대로 3루 파울라인 안쪽으로 흐르는 기막힌 번트 안타를 성공시켰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그는 “한국에서도 시프트가 걸렸을 때 번트를 많이 안댔다. 한화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님이 계실 때는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외야에 야수를 네 명 둘 때도 있었다. 3루와 유격수 쪽에 아무도 없고 그랬는데도 그때도 번트를 안대고 그냥 쳤다”며 자신에게 번트는 흔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날 번트를 댄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순간적인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상대 선발이 느린 구속이기는 해도 RPM(분당 회전수)이 좋고 까다로운 투수라서 어떻게 공략할까 생각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3루수가 조금 멀리 있는 것이 보여서 번트를 한 번 대보자고 생각했다.”
보기보다 어려운 것이 번트다. 그럼에도 초구에 절묘한 번트를 성공시킨 그는 “초구에 굉장히 대기 좋은 코스로 왔다. 운이 좋았다. 만약 몸쪽으로 왔다면 대기 힘들었을 것이다. 바깥쪽으로 딱 와줘서 공이 오는 대로 그냥 툭 댔다”며 운이 따라줬다고 말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초구에 패스트볼을 때려 안타를 만든 그는 “항상 패스트볼 타이밍에 나선다. 오늘은 제구가 좋은 투수라 빠른 카운트에 승부했다”며 두 타석 모두 초구를 노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에인절스 선발 앤더슨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88.4마일에 그쳤지만, 날카로운 제구에 체인지업까지 살아나며 6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이정후는 “이중 키킹 동작이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그리고 패스트볼이 구속은 느리지만, 치고 들어오는 힘이 있다. 내가 생각한 구속에 맞춰서 스윙이 나가면약간 늦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체인지업이 좋다 보니 타이밍 잡기가 쉽지않다”며 앤더슨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말했다.
앤더슨의 호투에 막힌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0-2로 졌다. 선발 로건 웹이 6이닝 4피안타 12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했지만, 이기지 못했다.
“완벽했다”며 동료의 투구를 호평한 이정후는 “너무 아쉬월 거 같다. 타자 입장에서 열심히 했지만 선발이 잘 던져줬는데 이기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는 또 많이 도와줘야 할 거 같다”며 호투에도 패전을 안은 선발 웹을 위로했다.
[애너하임(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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