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첫 승이다. 천신만고 끝에 엄상백(한화 이글스)이 웃었다.
엄상백은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 한화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1회초 박민우(좌익수 플라이), 김주원(우익수 플라이)을 돌려세웠다. 손아섭, 오영수에게는 연달아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권희동을 유격수 플라이로 잠재웠다. 2회초에는 김휘집(삼진), 서호철(우익수 플라이), 김형준(유격수 땅볼)을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챙기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첫 실점은 3회초에 나왔다. 천재환을 삼진으로 물리쳤으나, 박민우의 사구와 김주원의 우전 안타로 1사 1, 3루에 몰렸고, 손아섭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직후 손아섭의 2루 태그 아웃으로 이어진 2사 3루에서는 오영수를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4회초는 깔끔했다. 권희동(2루수 땅볼), 김휘집(중견수 플라이), 서호철(3루수 땅볼)을 모두 잡아냈다.
마지막 위기는 5회초에 다가왔다. 김형준의 볼넷과 천재환의 우전 안타로 연결된 무사 1, 2루에서 박민우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이어 김주원은 삼진으로 요리했지만, 손아섭에게 2타점 좌전 적시 2루타를 내줬다. 다행히 오영수, 권희동을 투수 땅볼, 유격수 땅볼로 묶으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은 채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5이닝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 총 투구 수는 89구였다. 팀이 7-4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엄상백은 한화가 결국 12-4로 승전고를 울림에 따라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위즈의 부름을 받은 엄상백은 빠른 패스트볼 및 다양한 변화구가 강점인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지난해까지 통산 305경기(764.1이닝)에서 45승 44패 3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4.82를 작성했다. 특히 2024시즌에는 29경기(156.2이닝)에 나서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 데뷔 후 한 시즌 개인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11월 한화는 이런 엄상백을 4년 최대 78억 원(계약금 34억 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 원, 옵션 11억5000만 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보다 굳건한 선발진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엄상백은 비시즌 스프링캠프 및 시범경기를 잘 소화했으나, 정규리그 들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18일 대전 NC전 전까지 성적은 3경기 출전(10.2이닝)에 3패 평균자책점 6.75. 단 한 차례도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부진에 시달렸다.
이날도 분명 완벽하지는 않았다.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며 7개의 안타를 맞았고, 볼넷도 두 개나 내줄 정도로 제구까지 흔들렸다. 그래도 무너지지는 않았고, 마침내 한화 이적 후 처음이자 올 시즌 마수걸이 승리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 엄상백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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