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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왕중왕’ 오른 당구 전설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 보여주고 싶다”

17일 SK렌터카배월드챔피언십 우승 기자회견, 2월에 발가락 부상으로 연습 부족, “61세에도 아직 젊고 에너지 넘쳐”

  • 황국성
  • 기사입력:2025.03.18 20:01:24
  • 최종수정:2025.03.18 2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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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 SK렌터카배월드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사이그너는 “61세에도 아직 젊고 에너지 넘친다”면서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4/25 SK렌터카배월드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사이그너는 “61세에도 아직 젊고 에너지 넘친다”면서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7일 SK렌터카배월드챔피언십 우승 기자회견,
2월에 발가락 부상으로 연습 부족,
“61세에도 아직 젊고 에너지 넘쳐”

17일 밤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4/25 SK렌터카배PBA월드챔피언십’(이하 왕중왕전) 주인공은 세미 사이그너였다. 64년생으로 올해 환갑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는 ‘튀르키예 후배’ 륏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4:1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PBA 데뷔전인 23/24 개막전 우승 이후 1년8개월만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발가락 부상을 당해 연습이 부족했음에도 클래스를 보여줬다. 준우승에 그친 체네트도 PBA에 빠르게 적응하며 정상권 선수로 거듭나고 있따. 시상식 후 진행된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우승 세미 사이그너]

◆우승 소감은.

=지난 2월 발가락을 다쳐 한 달 가량 누워있었다. 목발에 의존했고, 이번 대회 연습 시간이 이틀 밖에 없었다.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오히려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

◆발가락은 어쩌다 다쳤나.

=주방에서 일하다가 무거운 냄비가 떨어지면서 발가락을 찌였다. 오른발 4번째 발가락이 골절돼 병원에서 뼈를 맞추고 붕대를 감았다. 나중에는 목발을 짚어야 했다. 집 3층에 침실이 있는데, 2층까지만 올라갈 수 있어서 아내와 한 달 가까이 각방 썼다. 이 기간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24/025’ 5라운드와 포스트시즌이 진행됐는데 팀을 돕지 못해 아쉬웠다.

◆61세(64년생)로 최고령 챔피언이다. 특별히 관리하는 부분이 있는지.

=내가 PBA에 처음 참가했을 때 대머리였다. 모발이식으로 외모가 젊어지면서 마음도 젊어져 지금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하. 농담이다. 나는 나이를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도 나는 젊다고 느끼고, 힘이 넘친다고 느낀다. 이러한 부분이 내 경기력에 직결된다. 나와 경쟁하는 상대들은 15~20살 차이나는 선수들이다. 그들은 나보다 열망이 뛰어나고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나는 경험이 풍부하다. 프로 당구 선수이고,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하며 매번 이겨야 한다. 그것이 챔피언의 마음 가짐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몸이 상당히 좋다. 관리를 잘하는데, 그런게 당구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나는 운동을 중요하게 여긴다. 발가락 다치고 한 달 동안 근육량이 많이 줄었다. 제주도에 와서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와 매일매일 1만 6000보씩 걸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걸었다. 이번 비시즌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 당구는 힘이 있어야 하는 스포츠다. 단순한 힘보다는 강인한 신체가 당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난 시즌엔 성적이 좋았는데, 이번 시즌엔 부진할 때도 있었다.

=소속 팀이 바뀐 것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금 웰컴저축은행 동료들은 굉장히 좋고, 구단 관계자들도 나에게 잘해준다. 지난 시즌에 데뷔해서 이번 시즌 초반까지 좋지 않았던 이유는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집, 가족, 사람들과 떨어져서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튀르키예와 한국을 오가는 생활이 지루할 때도 있었다. 특히 어려운 점은 아내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다. 아내가 한국에 와서 같이 생활한다면 좀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사이그너에 패해 SK렌터카월드챔피언십 준우승에 그친 체네트는 “사이그너는 튀르키예의 레전드이기 때문에 (그에게)졌지만 슬프지 않다”고 했다.
사이그너에 패해 SK렌터카월드챔피언십 준우승에 그친 체네트는 “사이그너는 튀르키예의 레전드이기 때문에 (그에게)졌지만 슬프지 않다”고 했다.
체네트 “사이그너는 튀르키예 레전드, 졌지만 슬프지 않아”

[준우승 륏피 체네트]

◆아쉽게 준우승했는데.

=졌다고 슬퍼하진 않을 것이다. 상대가 나보다 잘했고, 1세트 이후 운도 따르지 않았다. 세미 사이그너 선수 우승을 축하한다. 올 시즌 전체를 보면 나쁘지 않았다. 4강에 한번 올랐고, 월드챔피언십에선 결승전에 진출했다. 팀리그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PBA에서 활약하는 것이 만족스럽다.

◆1세트를 이겼지만, 2세트부터 상대에게 흐름을 내줬다.

=2세트 중반 쉬운 공격 기회를 놓쳤다. 이후 사이그너 선수가 하이런 10점을 쳤다. 상대의 완벽한 플레이에 흐름을 빼앗겼다. 사이그너의 오늘 경기력은 최고였다. 다시 흐름을 찾으려 했지만, 포지션 플레이가 안되면서 풀어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6번 결승전에 진출했는데, 모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결승전은 많은 상금, 무대의 중압감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프로 선수라면 이런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하지만, 상대가 너무 잘하면 어쩔 수 없다.

사이그너는 튀르키예의 레전드다. 교과서 같은 선수다. 시상식에서 그가 나를 언급해줄 때 뿌듯했고, 너무 감사했다. 이번 대회는 두 명의 튀르키예 선수가 결승전에 진출한 첫 대회다. 자랑스럽다.

◆PBA에서 활동한 2년간 달라진 점이 있는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 비해 스스로 많은 것이 변했다. PBA 데뷔 시즌인 23/24시즌에는 한국 생활이 힘들었고, 경기력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국과 PBA에 대해 배우면서 많이 나아졌다. 내가 처음 한국에 온 건 2007년이다. 당시 같이 시합을 한 선수가 강동궁(SK렌터카) 조재호(NH농협카드)다.

PBA에 처음 왔을 땐 이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다. 당구는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변화를 즐기고 있다. PBA와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연습시간을 더 가졌다. 다행히 한국 사람들이 튀르키예를 ‘형제의 나라’로 여기고 따뜻하게 대해줘 정말 감사하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PBA에 처음 올 때 많은 선수들이 3년 계약을 맺었지만, 나는 2년 계약을 맺었다. PBA가 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2년간 내 이름을 알리고, 어떤 퍼포먼스를 내는 선수인지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이제 100% 확신한다. 많은 사람들이 ‘륏피 체네트가 어떤 선수인지’를 알았을 것이다. PBA에서 더 뛰고 싶고 계약연장을 바란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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