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흑단에 메이플 목재 가미 ‘균형’
하대 390g+125g 컬리 12쪽 카본코어 상대
‘쿼드코어’공법으로 손 타격 충격 최소화
국내, 일본, 유럽 3파전으로 벌어지던 개인큐 시장에 2010년 중후반부터 신생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고가 큐못지않은 디자인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새로 유입된 대대 입문자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중고가의 검증된 브랜드냐 실험적이지만 저렴한 가격이냐의 싸움은 현재 각각의 시장을 형성하며 공존하고 있다.
‘스워드3단’은 다양한 상대 받쳐주기에 충분
이번에 리뷰할 휴브리스(HUBRIS) 큐는 이런 치열한 시기가 한풀 꺾이고 시장이 안정화될 시점인 2021년 첫 선을 보였다. 개척자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선도업체들의 벽은 높아진 시기이다. 그럼에도 휴브리스는 나름 한 축을 담당하며 다양한 라인업의 개인큐부터 팁, 그립, 장갑 등 당구 관련 일체의 개인용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휴브리스 큐는 대다수 후발주자처럼 중국 OEM(주문자생산방식)부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동호인들은 아직도 휴브리스 큐를 중국산으로 인식하지만 상대를 시작으로 점차 국내 생산을 진행했고 현재 휴브리스에서 판매하는 모든 개인큐의 상, 하대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리뷰할 큐는 휴브리스가 설립 이후 수년간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한 스트레이트 큐 ‘스워드 3단’이다.
스워드 3단은 스플라이스, 인레이와 같은 복잡한 공정을 배제하고 선별한 좋은 나무를 큐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스트레이트 기법을 기반으로 하되 두 가지 목재를 집성해 한 가지 목재일때보다 심미적, 기능적 성능을 배가했다. 또 포어암과 슬리브에 각각 2개의 코어를 삽입한 ‘쿼드 코어’ 공법으로 손에 전달되는 타격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내구성을 향상시켰다.
큐 목재는 포어암과 슬리브에는 흑단과 컬리 메이플 12쪽, 그립은 흑단으로 제작됐다. 그립을 흑단으로 제작한 큐 신제품은 생각보다 보기 어렵다. 흑단이 구하기 어려워지고 무게 문제로 가공에 어려움을 겪으며 많은 큐 제조사들이 대체 목을 개발하거나 염색 목으로 대신하기 시작한게 최근 수년 간의 추세이다. 국내 어느 업체보다 나무 수급과 가공에 자신감이 있다던 휴브리스 김정주 대표의 장담이 허언이 아님을, 그리고 이 큐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흑단의 단단함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메이플 목재를 가미해 균형을 맞췄다. 사람의 대퇴부 역할을 하는 곳이 큐에선 포어엄이다. 포어암을 구성하는 목재와 공법이 큐 성격과 공 구름을 좌우한다.
과거 몇 가지 스트레이트 큐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상반됐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고른 공 구름을 보여주지만 상대적으로 공을 치는 재미는 덜했다. ‘심심함’이 스트레이트 큐의 미덕이지만 그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에는 맞지 않았다.
이번 큐를 리뷰하면서 기대하는 지점이 하나 있었다. 휴브리스는 동호인들 사이에 ‘상대 맛집’으로 유명하다. 또 어떤 상대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될 만큼 다양한 상대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두 가지 목재를 길게 집성한 일명 ‘크레파스 상대’는 지금도 동호인들 사이에 한번쯤 써보고 싶은 제품으로 꼽힌다. 스트레이트 큐의 심심한 손맛을 상대로 채울 수 있을지 첫 샷이 기대된다.
리뷰 큐 무게는 그립 포함 약 390g, 조합 상대는 125g의 컬리 12쪽 카본코어 상대다. 카본 코어 상대는 겉면을 나무로 하고 내부에 길게 코어를 삽입해 익숙한 타구감을 유지하면서 힘과 스커트 억제라는 카본의 장점을 취하고자 하는 제품이다.
이 조합이면 지난 스트레이트 큐와의 결별 이유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몇 번의 시타 후 실전에 나섰다.
감각적으로 그립부를 잡은 오른손에 느껴지는 울림이 묵직했다.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하대를 잡았을 때 느껴지는 일명 ‘빈맛’ 없이 오른손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때리는 공에선 꽤 자주 넘침을 경험했다. 휴브리스에서 일관되게 자랑하는 ‘쿼드 코어’ 공법의 힘이 여기서 나오는건가 싶을 정도로 힘이 넘쳐난다.
여러 가지 큐를 다뤄보며 선입견은 금물이란걸 익히 알고 있지만 ‘스워드 3단’은 여러 차례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세기를 조절하며 스트로크를 하니 이심전심처럼 내가 원하는 수구 제어가 가능해졌다.
이 느낌이 상대의 영향인가 싶어 주변 동호인에게 비슷한 경도의 팁이 달린 통상대를 빌려 다시 경기에 나섰다. 상대에 따른 타구감은 확연히 달라졌지만 공 움직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거침은 줄어들고 편안함이 더 커졌다.
상대의 특성보다 어떤 상대의 특징이라도 다 받아내는 하대의 기질이 더 크게 다가온다. 집성과 통이라는 상반된 공법의 상대를 가지고 일관된 공 구름을 보여주는 변수는 하대의 우수함뿐이다.
아쉬웠던 집성 카본 코어 상대의 이질적인 타구감과 예민함, 통상대 조합에서의 밋밋함은 개인의 스트로크와 팁 조합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동일한 큐라도 경기 중에 몇번, 하루에 또 몇번 구미호처럼 변한다. 구미호를 잡는 것은 또다른 큐가 아니라 개인의 실력과 일관된 장비다.
‘스워드 3단’은 휴브리스의 다양한 상대를 받쳐주기 충분한 일관된 장비다. 올 안에 버드아이듀얼코어, 24쪽 크레파스 등 다양한 상대를 출시한다고 한다. [김두용 MK빌리어드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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