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새 메이저 당구대회 5개 휩쓸어
쩐꾸엣치옌 이끌고 바오프엉빈 밀고
절박함, 기본기, 당구인기 3박자
베트남 3쿠션 전성시대다.
최근 막을 내린 호치민3쿠션월드컵 주인공마저 베트남 쩐득민이었다. 매서운 눈매의 그는 3쿠션월드컵에서 우승한 두번째 베트남 선수가 됐다. (첫번째는 2018년 호치민3쿠션월드컵에서 우승한 쩐꾸엣치옌)
올들어 호치민대회 이전 콜롬비아 보고타3쿠션월드컵(올해 2월 말~3월 초) 우승자는 쩐꾸엣치옌이었다. 그리고 보고타대회 얼마 뒤 열린 ‘3쿠션 국가대항전’ 세계팀선수권 챔피언도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이 세계3쿠션 무대를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호치민3쿠션월드컵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베트남이 이번에도 극강 모드를 이어갈지 여부였다. (나머지는 5년만에 세계캐롬연맹(UMB)에 복귀한 쿠드롱 성적, 쿠드롱-야스퍼스간 숙명의 대결 성사, 한국 선수의 1년5개월만의 우승 여부 등)
한국은 과연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쿠드롱은 복귀 첫 무대에서 8강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고, 쿠드롱-야스퍼스 매치는 불발됐다. 한국 선수 우승도 파이널까지 갔으나 김준태의 아쉬운 준우승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초강세는 계속됐다. 게다가 주인공이 낯선 인물이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베트남3쿠션 상징’인 트란퀴엣치옌도 아니고, ‘베트남3쿠션 미래’인 바오프엉빈도 아니었다. 세계랭킹 415위 무명선수였다.
비록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었다손치더라도 쩐득민은 우승할 만했다. 2차예선(PPQ)부터 결승전까지 13경기를 치러 12승을 거뒀다. 32강 본선리그에서 버케이 카라쿠르트에게 1점차(39:40)로 진게 유일한 패배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끈끈한 경기력과 노련한 경기운영이 돋보였다. 베트남당구선수권에 2000명이 참가한다는 바오프엉빈 말처럼 새삼 베트남 3쿠션의 저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베트남3쿠션은 한국보다 반 수 정도 아래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 무렵 한국은 춘춘전국시대였다. 대회마다 우승자가 다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고, 그런 경쟁이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베트남이 한국의 라이벌 수준을 넘어 오히려 반 수 정도 앞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적이 모든걸 말해준다. 지난해부터 베트남3쿠션은 국제 무대에서 눈부신 성적을 내고 있다. 좀 과장하면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선봉장은 역시 쩐꾸엣치옌이다. 2023년 7월 포르투3쿠션월드컵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쩐꾸엣치옌의 후계자 바오프엉빈이 바통을 넘겨받아 세계챔피언이 됐다. 청출어람일까. 9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선배 쩐꾸엣치옌을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베트남 선수끼리 만난 것도 처음이고, 챔피언이 된 것도 처음이다.
베트남 기세는 올해 더 거세다. 3쿠션 강국 16개국이 참가한 세계3쿠션팀선수권 결승에서 스페인을 꺾고 우승했다. 이또한 베트남 당구 최초의 일이다.
올해 첫 3쿠션월드컵인 콜롬비아 보고타대회(3월) 주인공도 쩐꾸엣치옌이었다. 그리고 이번 호치민대회 우승자는 쩐득민이다. 베트남 선수가 3쿠션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다. 당연히 전례 없는 일이다.
2023년 7월 포르투3쿠션월드컵 이후 이번 호치민대회까지 10개월 사이 베트남이 국제 메이저대회 타이틀 5개를 거머쥐었다. 경이로운 행보다. 같은 기간 한국 선수들은 준우승 3회, 4강 2회에 그쳤다. 뚜렷하게 대비된다.
베트남 3쿠션 강세 이유에 대해 허해용 아프리카TV 해설위원은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절박함(국제대회 입상 및 상금에 대한 동기부여), 탄탄한 기본기, 높은 인기.
“이번 호치민3쿠션월드컵 대회장에서 본 베트남 선수들은 눈빛이 달랐습니다. 절박해 보였고, 국제대회 우승에 대한 열망과 상금에 대한 동기부여가 커 보였습니다.”
바오프엉빈도 MK빌리어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쩐꾸엣치옌이 2018년 호치민3쿠션월드컵에서 우승하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는걸 보고 당구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허해용 위원은 또 베트남 선수들은 1쿠션을 바탕으로 깔고 있기 때문에 분리각 등 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했다. “베트남 선수들의 스트로크를 유심히 봤는데 스트로크하면서 큐를 비트는 선수를 본 적 없다. 스트로크에 대한 기초가 잘 닦여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아울러 당구선수에 대한 높은 인기 역시 선수들에겐 큰 동기부여가 됐다. 실제로 호치민3쿠션월드컵 현장을 다녀온 취재진에 따르면 베트남 관중들의 유명선수에 대한 호응은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김준태도 결승에 선착한 후 베트남 관중들의 사인 및 기념촬영 공세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특히 결승전에서 쩐득민에 대한 응원은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광적이었다고 한다.
허해용 위원도 베트남 관중들의 응원 열기와 선수들에 대한 높은 인기는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부러웠다고 했다.
베트남3쿠션이 최근 국제무대를 석권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디서 어떤 고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저변과 절박함,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된 것이다.
베트남은 몇 년새 어느새 3쿠션 세계최강국으로 부상했다. 과연 베트남의 초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한국은 이를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호치민3쿠션월드컵을 보며 든 단상이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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