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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작은 성공'이 인생 방향 바꿀 수 있다 [김정민의 영어 너머 원더랜드]

글짓기나 발표, 연극 활동서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친구·교사에 인정받는 순간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실패 두려워않고 도전

  • 기사입력:2025.06.17 16:18:37
  • 최종수정:2025.06.17 16: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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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브라질에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으로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생길 수도 있다." 작은 시작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사람들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부른다. 1960년대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 연구에서 비롯된 말인데, 전 세계 뉴스 미디어와 같은 제목의 할리우드 영화 등으로 유명해졌다. 이제 이 문장은 단순한 과학적 설명을 넘어, 우리 삶을 관통하는 인상적인 은유가 됐다.

로렌즈는 기후 모델을 실험하다가 입력값의 소수점을 몇 자리 반올림했을 뿐인데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나비효과에서 갸날픈 나비의 날갯짓은 미세한 변화, 작은 차이를 의미한다. 우리네 인생에서도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아주 미약한 처음'에 대해 생각한다. 거대한 밤나무를 품고 있는 도토리를 보듯,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떠올려보곤 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 '초기 조건의 민감성'은 깊은 통찰을 준다. 25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아이가 어린 시절에 경험한 단 하나의 '작은 성공'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글짓기나 발표, 연극 같은 활동에서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친구들과 교사에게 인정받는 순간이 있다. 그 짧은 경험이 아이 안에 깊이 각인된다. '나는 해볼 만한 사람이다.' 그렇게 작은 확신 하나가 자존감의 불씨가 되고, 나아가 삶 전체를 환히 비추는 등불이 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실패를 덜 두려워하게 된다. 새로운 도전에 조금 더 쉽게 발을 내딛고, 자신 안의 가능성을 믿기 시작한다. 우리는 종종 '효과(effect)'를 결과라고 이해하지만,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efficere(밖으로 만들어내다)'다. 아이의 마음 속 가능성이 세상 밖으로 스며나오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품은 가장 큰 힘이다.

'Effect'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efficere'다. '밖으로(out) + 만들다(make)'라는 뜻을 품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아이의 안에 있던 가능성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 교육은 어쩌면 그런 흐름을 도와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 안의 가능성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시작을 끝까지 믿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아이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이런 철학 때문이다. 발표 대회와 토론, 연극 같은 활동은 단지 기술을 익히는 자리가 아니다. 세상 전체의 목소리를 빌려 "너의 말은 의미 있어"라고 조용히 말해주는 순간이다. 그 말은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들어,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삶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나비'라는 말도 흥미롭다. 영어로는 버터플라이. 유럽의 옛 설화에서는 마녀가 나비로 변해 농가를 돌며 버터와 우유를 훔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금 억울한 이미지지만, 나비는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변화와 탈피, 달리 말하면 재탄생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오늘도 교실 어딘가에서, 한 아이가 용기를 내어 손을 든다. 아주 작은 날갯짓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것이 삶의 커다란 흐름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조용한 변화의 시작을 응원하는 어른들이 많아질수록, 이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러워질 것이다. 기어코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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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W영어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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