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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오이농장에 히트펌프 지원 … "농사 지을 맛 납니다"

농어촌기금 지원 현장 가보니
파프리카 키우는 '샬롬농장'
5만개 생산해 日 수출하는데
엔화 약세로 수익성 떨어져
대상(주) 기부로 난방시설 설치
전기요금 年 1억원 절감효과
오이농사 '봄날엔 스마트팜'
청년 스마트팜 교육생 출신
3년 매달린 끝에 땅 사들여
유리온실 설치 부담 컸는데
냉난방시설 지원 받아 안도

  • 정혁훈
  • 기사입력:2024.12.29 16:04:10
  • 최종수정:2024.12.29 1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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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열 히트펌프를 지원받은 샬롬농장의 김성은 대표가 비닐온실 안에서 수확한 파프리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를 지원받은 샬롬농장의 김성은 대표가 비닐온실 안에서 수확한 파프리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를 비롯해 가창오리, 고니 등 겨울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이 저수지와 맞닿아 있는 널찍한 논뜰 곳곳에 대형 비닐온실을 활용한 시설농업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중 한 곳인

샬롬농장을 찾았다.



3700평 규모 비닐온실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곳이다.

기독교에서 평화, 평안의 뜻으로 사용되는 '샬롬'이라는 단어에서 드러나듯 김성은 대표는 목회자 출신이다. 국내에서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뉴질랜드에서 10년간 목회 활동을 하다가 귀국해 7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파프리카를 연간 5만개 정도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거의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상당히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농장에 속한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산 파프리카에 대한 일본 내 수요가 줄어든 데다 엔화 약세까지 겹친 탓이다. 일본으로 수출되던 물량이 내수로 쏟아지면서 국내 가격이 하락하자 일본 수출 가격이 덩달아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샬롬농장이 버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도움으로 작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공기열 히트펌프' 덕분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청정원과 종가 등 브랜드로 잘 알려진 대상(주)의 기부를 받아 이 농장에 공기열 히트펌프를 설치해 주었다. 대상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역량이 확인된 시설농가에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공기열 히트펌프를 지원해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을 때 필요한 농업인 현금 자부담 전액인 전체 사업비의 10%를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대기 중 공기를 흡입해 컴프레서로 압축한 뒤 이를 폭발시키는 방법으로 더운 공기를 얻어낸다. 이 더운 공기로 물을 섭씨 60~80도까지 끌어올린 뒤 온수탱크에 저장했다가 온실 내 배관으로 흘려보냄으로써 난방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농가는 전기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에 따른 탄소배출권까지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이렇게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면 또 다른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다.

김 대표는 "공기열 히트펌프 덕분에 겨울철 난방에 들어가는 전기료를 기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 연간 1억원 가까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히트펌프가 아니었으면 요즘처럼 파프리카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농사를 지속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를 돌려 이번엔 진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지금 대형 유리온실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유리온실을 짓고 있는 '봄날엔 스마트팜'의 양명진·박정은 부부를 만났다.

대학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난 두 사람은 전공을 살려 남편은 간호사, 아내는 물리치료사로 일하다가 농업에서 미래를 찾고자 2019년 상주 스마트팜밸리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팜 청년창업 교육과정' 제1기로 입학했다. 양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농업이 과거와 달리 스마트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디어를 통해 접한 뒤에 관심이 생겨 실제 스마트팜 현장을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며 "이제 농사도 스마트하게 지으면 농사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래를 위해 아내와 함께 스마트팜 교육과정 입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봄날엔 스마트팜의 양명진, 박정은 부부(오른쪽부터)가 유리온실 건설 현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봄날엔 스마트팜의 양명진, 박정은 부부(오른쪽부터)가 유리온실 건설 현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년간의 교육을 이수한 부부는 스마트팜 밸리에서 3년간 임대 스마트팜을 운영했다. 그 3년간 변변한 여행 한 번 가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오이 농사에 매달렸다. 다른 임대농들 중에는 적자에 허덕이는 곳도 많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농사일에 집중한 끝에 3년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고,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곳 진주 지수면에 2800평 땅을 매입했다.

내년 상반기 중 완공될 이곳 유리온실에서는 이미 상주에서 했던 것처럼 오이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그런데 막상 유리온실 공사를 시작하면서 생각지 못한 부담 때문에 고심이 커졌다. 양 대표는 "유리온실을 짓는 데 들어가는 자금을 대출과 자부담으로 해결했는데 막상 공사를 시작하자 기초공사나 주변공사, 전기시설 등 애초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았던 비용이 추가로 많이 들어가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 때문에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고 토로했다. 이때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곳이 진주시였다.

부부가 이미 상주 스마트팜 밸리에서부터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것을 잘 알고 있던 진주시 스마트팜 담당자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대상이 시행하고 있는 공기열 히트펌프 지원사업을 소개한 것이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자로 선정된 봄날엔 스마트팜은 온실 운영 초기부터 히트펌프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양 대표는 "만약 공기열 히트펌프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않았다면 기름을 사용해 냉난방을 할 생각이었다"며 "히트펌프 덕분에 냉난방을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30%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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