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순금 266돈 골드바 날릴 뻔한 60대 여성…“보이스피싱 이렇게 당합니다”

울산 경찰 피해 사례 토대로 시나리오 회사 안 가고 ‘셀프 감금’ 30대 남성 3억원 상당 골드바 사려던 60대 남성 울산 피싱 피해 전년보다 205억 증가

  • 서대현
  • 기사입력:2025.10.01 11:17:28
  • 최종수정:2025.10.01 11:17:28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울산 경찰 피해 사례 토대로 시나리오
회사 안 가고 ‘셀프 감금’ 30대 남성
3억원 상당 골드바 사려던 60대 남성
울산 피싱 피해 전년보다 205억 증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범인에게 건네기 위헤 구매한 골드바 <자료=울산경찰청>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범인에게 건네기 위헤 구매한 골드바 <자료=울산경찰청>

등기배송 보이스피싱에 걸려든 피해자는 우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당한 뒤 협박을 받기 시작한다. 검찰 사칭범이 “정신 똑바로 안 차리나”라고 윽박지르면 주눅이 든다. 검찰·금융감독원 조사를 들먹이며 연차를 내게 하고 범행에 사용할 휴대전화를 구매하게 지시한다.

새로 산 휴대전화에는 검열을 핑계로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게 한다. 휴대전화로 은행 앱을 이용할 때는 원래 가진 전화를 사용하라고 안내한다. 금융 앱 접속 단말기 정보가 바뀌면 금융기관에서 이상 거래로 탐지하기 때문이다.

범인은 수사를 위해서는 임시 보호관찰이 필요하다면서 모텔 등 숙박 시설에 들어가라고 지시한다. 이른바 ‘셀프 감금’이다. 검찰과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범인은 “당신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으나 반성문을 제출하라”, 문제가 생기지 않게 도와주겠다“며 끝없이 가스라이팅을 한다. 범인들에게 정신적으로 넘어간 피해자는 주택청약을 담보로 대출받아 법원 공탁금 명목으로 범인에게 돈을 송금한다.

울산 북부경찰서가 최근 구제한 등기배송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토대로 정리한 범행 시나리오이다. 경찰은 지난 9월 발생한 등기배송과 카드배송 보이스피싱 구제 사례 3건의 범행 과정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1일 배포했다.

사례로 든 등기배송 피해자는 30대 남성으로 호텔에 스스로 감금돼 보이스피싱 범인에게 7900만원을 이체하기 직전 경찰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남성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범인에게 속아 직장에 출근도 하지 않고 호텔에 숨어 있었다.

카드배송 사기를 당한 한 60대 여성은 적금과 보험 등을 해약해 구매한 100g 골드바 10개(금 266돈·1억9000만원 상당)를 날릴 뻔했다. 신청하지도 않은 카드 배송을 확인하기 위해 카드 배송원이 알려준 카드사 콜센터로 연락했다가 범행에 걸려들었다.

카드 배송원이 알려준 전화번호는 보이스피싱 단체가 만든 가짜였다. 이 여성 역시 고립, 가스라이팅, 새 휴대전화 개통, 대출 권유 등 범인들이 만든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였다. 경찰이 피해자를 발견해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했다고 밝혔음에도 피해자는 믿지 않았다.

북부서는 지난달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을 통해 카드배송 사기에 속아 2억800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매하려는 60대 남성을 구제하는 등 총 3건 5억5000만원을 구제했다고 밝혔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기준 울산지역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441건으로 지난해 349건보다 92건 늘었다. 피해액은 298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92억8000만원보다 205억원이나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와 등기 배송을 미끼로 접근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특히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는 연락은 모두 가짜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