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미용업계 新트렌드 자리잡아
“딸과 데이트하려면 자기관리해야
노년의 멋짐을 살리는 사회가 돼“
24시간 1대1 프라이빗 헤어케어도 등장
보톡스·필러 등 성형외과도 방문
“미리 예방” 탈모병원 평일에도 북적

“딸과 같이 데이트하려면 나이 먹어도 자기관리를 해야죠.” 만 59세의 액티브 시니어 한정희 씨는 꾸준히 헤어와 피부관리에 지갑을 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한씨는 최근 흰머리 염색을 위해 딸과 함께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미용실을 찾았다.
한씨가 받은 시술은 ‘시니어 발레아쥬’다. 발레아쥬란 전체 모발을 염색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한 땀 한 땀 간격을 두고 모발을 떼어내 염색하는 방식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시술이기도 하다. 최근 미용업계에선 시니어 사이에서 흰머리를 자연스럽거나, 컬러풀한 색으로 염색하는 유행이 돌자, 시니어 발레아쥬란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졌다.
한씨가 선택한 머리색은 따뜻하면서 생기있는 느낌을 주는 애쉬 브라운. 시술이 끝난 뒤 거울을 바라본 그는 “딸과 머리색이 비슷해졌다”며 “스타일을 바꾸는 것만으로 색다른 에너지를 얻는다”고 웃어보였다.
베테랑 미용사 정병민 씨(44)는 “‘흰머리가 그 자체로 멋지다’며 자연스럽고 중후한 색으로 염색하는 걸 즐기는 5060세대 고객도 많다”며 “노년의 멋짐을 적극 살리는 사회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세대(Wisdom·Wealth·Well-being·Work) 시니어가 뷰티에 푹 빠졌다. 미용·외모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가장 유행에 민감한 미용업계에서 시니어 고객만을 위한 트렌드까지 탄생했다.
5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신한카드 고객 중 최근 6개월 이용 금액이 상위 20%에 포함된 액티브 시니어의 2024년(6~11월) 미용실 이용건수는 2022년 대비 27% 증가했다. 성형외과와 피부과에서 진료받거나, 피부관리를 받은 경우도 각각 20%, 18% 늘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해 진행한 시니어 트렌드 조사에서도 뷰티 관련 이용 비중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시니어의 주요 외모 관리 활동 중 미용실 방문이 64.1%를 차지하며 가장 높았다. 이는 전체 활동 중 여행(77.9%)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최근엔 한씨처럼 미용실을 방문해 시니어 발레아쥬 시술을 받는 시니어 고객이 늘고 있다. 흰머리를 가리기 위해 염색하는 문화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컬러풀한 다양한 색으로 염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많은 시니어 고객이 자기관리를 위한 투자로 찾으면서 대세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시니어의 미용실 방문이 늘면서, 이색적인 고급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의 한 미용실에선 24시간 시니어 대상 1대1 프라이빗 미용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한 시니어를 위해 마련된 서비스다. 이 미용실은 “시니어 고객의 얼굴형, 피부톤에 맞는 세련된 스타일을 제안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형외과, 피부과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간단한 주사 시술로 주름을 개선할 수 있는 보톡스, 필러 등 젊고, 생기발랄한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히 남자 시니어의 경우 눈썹 문신 시술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눈썹 문신을 정기적으로 하는 강철준 씨(60)는 “우리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조직에서 리더급인데, 깔끔한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며 “확실히 시술 후 ‘젊어 보인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탈모가 본격 진행되기 전에도 미리 탈모전문병원을 방문해 관리받는 중년 남성도 크게 늘었다. 최근 취재진이 방문한 ‘탈모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4가에 있는 한 병원엔 평일 오전에도 진료를 기다리는 남성 시니어 고객이 30여명에 달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시니어 고객은 “탈모를 고민하면 자존감이 낮아질 것 같아 예방 차원에서 방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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