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변이 국내 출현…법정감염병 추진
![현미경으로 본 A군 연쇄상구균 [사진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6/03/news-p.v1.20250603.ff54c0a8441d42eaa5b1d469a9296854_P1.jpeg)
최근 해외에서 급증하고 있는 ‘A군 연쇄상구균’이 국내에도 상륙,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피부 감염부터 치명적인 독성쇼크증후군까지 유발하는 이 세균은 김지어 기존보다 독성이 강한 변이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감염증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현주 교수 연구팀이 질병관리청의 의뢰로 수행한 ‘국내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시체계 구축’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간 공식 감시체계 없이 확인한 국내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 사례는 총 383건(성인 83.3%·소아 64건)는 소아)에 달했다.
이는 의료기관의 자발적 신고나 제한된 자료를 통해 집계된 수치로,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감연자 중 41.5%(159건)는 감염으로 인해 수술이나 피부 절개술을 받아야 했고, 1.3%(5건)는 팔다리를 절단했다. 환자 10명 중 3명꼴(27.2%)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높은 사망률과 후유 장애 발생률도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환자의 14.4%가 이 감염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11.7%는 평생 안고 가야 할 심각한 후유 장애를 겪게 됐다. 감염자 약 7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0명 중 1명 이상이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해외에서 독성이 훨씬 강한 것으로 보고된 ‘M1UK’ 변이 A군 연쇄상구균이 국내에서도 2020년과 2023년에 각각 1건씩, 총 2건 확인됐다. 이 변이 균주는 기존 균주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전 세계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수 감시체계를 운영하며 유행 변이 추적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감시체계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내 환자 발생 규모나 역학적 특성, 위험 요인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유행 발생 시 조기 인지,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불행 중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선진국에서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증 발생이 증가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국내 현황 파악과 함께 감시체계 구축 타당성 및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에서 발주한 것”이라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질환을 법정감염병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면 의료기관은 환자 발생 시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현실에 맞는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 감시체계 모델도 제안했다. 여기에는 소아 감염,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예방의학과 전문가로 구성된 네트워크 구축, 전국 다기관 감시체계 운영, 표준화된 증례 기록지 및 역학조사서 개발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독성이 강한 변이 균주의 국내 출현까지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을 ‘드문 질병’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 세균은 주로 인후염의 원인이 되지만, 혈액이나 근육 등 비정상적인 부위에 침투할 경우 패혈증, 괴사성 근막염(살을 파먹는 병으로도 불림), 독성쇼크증후군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고열, 오한, 심한 인후통, 전신 근육통, 피부 발진, 상처 부위의 심한 통증이나 부기, 전신 무력감 등의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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