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만 원 금품 로비 적발
돈 건넨 설계업체 대표 구속
심사위원·교수 등 5명 입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한 아파트 설계공모 과정에서 대학교수 등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설계업체 대표가 경찰에 구속됐다. 심사위원 5명도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무더기 입건되면서 LH 설계공모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LH 아파트 설계공모에서 심사위원에게 총 35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경기지역 한 설계업체 대표 A씨(52)와 동업자 B씨(44)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금품을 받은 대학교수 심사위원 5명과 A씨에게 심사위원을 연결해준 건축업자 1명 등 총 8명을 배임수재 및 방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번 수사는 2023년 8월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시작된 ‘경남지역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을 조사하던 중 설계공모 비리 정황이 포착되면서 본격화됐다. 경찰은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설계업체가 공모 심사 전부터 일부 심사위원에게 접근해 금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A씨 등은 2021년 10월 LH가 시행한 경남 양산지역 아파트 설계공모에서 자사 업체가 높은 점수를 받게 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청탁과 함께 현금 500만~1000만 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LH가 설계공모 공고 시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한다는 점을 악용해 사전에 심사위원들에게 접근해 “높은 점수를 주면 잊지 않겠다”는 식의 로비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15명 내외로 구성된 심사위원 중 5명의 대학교수는 해당 업체에 고득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나머지 심사위원 10명은 경쟁업체에 더 높은 점수를 줘 A씨 업체는 최종 선정에는 실패했다.
LH는 공모의 공정성을 위해 업체명은 비공개지만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및 자체 지침에 따라 심사위원 명단은 사전 공개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가 오히려 사전 접촉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심사위원 명단 공개가 금품 로비의 단초가 됐다”며 “업체와 심사위원 간 접촉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 명단 비공개 전환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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