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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사기’ 피해자 두 번 울린 계좌 지급 정지제도...은행 “보이스피싱 아니다” 거절

광주 군부대 인근 식당 주인 ‘노쇼 사기’ 당해 장병 도시락 대량 주문하며 경계 허문 뒤 다른 건 대신 납품 요청해 6550만원 송금받아 ‘노쇼 사기’ 알고 지급 정지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 지홍구,송민섭
  • 기사입력:2025.05.25 12:43:56
  • 최종수정:2025.05.25 12: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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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부대 인근 식당 주인 ‘노쇼 사기’ 당해
장병 도시락 대량 주문하며 경계 허문 뒤
다른 건 대신 납품 요청해 6550만원 송금받아
‘노쇼 사기’ 알고 지급 정지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군부대 사칭 ‘노쇼 사기’ 사례. <경찰청 공식 블로그  캡처>
군부대 사칭 ‘노쇼 사기’ 사례. <경찰청 공식 블로그 캡처>

지난달 광주 31보병사단 인근 한정식 식당 주인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31사단 군수과 직원이라고 밝힌 그는 장병용 도시락 60인분을 주문했다. 평소에도 단체 도시락을 자주 주문받아온 A씨는 별 의심없이 주문을 접수했다.

이후 주문자의 이상한 요구가 이어졌다. 훈련 나온 군인을 위해 전투 식량을 납품받아야 했는데 본인이 발주를 빠뜨렸다며 대신 납품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주문자는 A씨에게 특정 납품업체를 소개하며 6550만원 송금을 요구했다,

A씨는 노쇼 사기를 의심했지만 “도와달라” “진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문자의 하소연에 결국 3차례에 걸쳐 6550만원을 송금했다.

송금을 확인한 주문자는 돌연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주문자가 소개한 납품업체는 존재했지만 전달받은 명함은 허위였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에 자신이 송금한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보이스피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사기 등으로 송금된 돈을 피해자가 요청하면 해당 계좌를 일시적으로 동결해 자금 인출을 막고 피해금 회수를 가능하게 하는 지급정지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으나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 피해에만 국한돼있어 물품 대금 사기인 ‘노쇼 사기’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은행에 문의하니 ‘경찰의 공문이 필요하다’, ‘보이스피싱이 아니기 때문에 지급정지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면서 “온종일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면서 사기를 치는데 이게 보이스피싱과 다를 게 뭐냐. 한 달이나 지났는데 수사는 커녕 지급정지도 안 된다고 하니 정말 막막한 심정이다”며 언론에 토로했다.

경찰은 “노쇼 사기는 기존 피싱 사기와 수법은 유사하나, 현행법상 지급정지나 계좌 동결 조치가 적용되지 않아 수사와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다”면서 “관공서를 사칭한 주문과 대납 요구가 들어올 경우, 반드시 해당 기관에 공식 연락처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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