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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찾기 서비스’로 은사 찾아나선 제자들…흉흉한 세상에 선생님 나뉜 반응 “반가워” VS “무서워”

  • 지혜진
  • 기사입력:2025.05.15 16:14:42
  • 최종수정:2025.05.15 16: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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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인 15일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교사가 카네이션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날인 15일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교사가 카네이션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이 옛 스승을 찾아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서는 오랜만에 제자들에게 오는 연락이 고맙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1396 스승찾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서비스는 오랜만에 은사님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제자들이 스승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도록 돕는 전화 민원 서비스다.

제자들은 해당 서비스로 유치원(공립)·초·중·고등학교 스승을 찾을 수 있다. 1396번을 입력해 콜센터로 전화를 걸면 5일 이내 스승에게 제자의 연락처가 전달되고, 스승이 희망할 경우 제자에게 직접 연락을 남길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스승의 재직 정보(재직 학교, 연락처 등)는 제공이 불가능하다. 제자가 아닌 경우에는 서비스 이용을 할 수 없다.

만약 제자가 신청일로부터 약 일주일이 경과한 뒤에도 연락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스승에게 연락할 수 없는 경우거나 스승이 연락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의 ‘1396 스승찾기 서비스’ 이용 안내 페이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의 ‘1396 스승찾기 서비스’ 이용 안내 페이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 되면 스승찾기 문의 전화는 폭증한다. 서울시교육청 민원실 콜센터 담당자는 “지난해 총 1448건의 문의가 들어왔는데, 5월에 가장 많은 277건의 문의가 들어왔다”며 “이는 문의가 가장 적었던 12월 68건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를 포함해 매년 스승의 날 전후가 가장 문의 전화가 많이 오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 모씨(29)는 “중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을 찾고 싶었는데, 이 서비스를 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을 통해 알게 됐다”며 “선생님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으니 올해 활용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청 콜센터에서 학급으로 전화가 와 받았는데 9년 전 제자가 당시 담임선생님을 찾고 있다는 연락이었다”며 “제자의 연락처를 전달받아 오랜만에 제자에게 연락을 했고 근황을 공유해 반가웠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시도교육청이 콜센터를 통해 스승찾기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경상남도, 전라북도, 충청북도, 인천광역시 등 일부 교육청에서는 교육청 홈페이지의 ‘스승찾기’ 란에서 스승의 이름을 검색할 수 있다.

과거 선생님이었던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현행범 체포된 20대 남성이 2023년 8월 5일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과거 선생님이었던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현행범 체포된 20대 남성이 2023년 8월 5일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학교에서 벌어지는 흉흉한 사건들에 스승찾기를 마냥 환영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23년 8월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0대 남성이 괴롭힘 당했다는 망상에 빠져 모교 교사를 찾아가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피해교사가 수업 중이라는 말을 듣고 1시간가량 복도에서 기다리다 교무실로 뒤따라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가해자는 조현병과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의 근무지는 ‘비공개’로 설정돼 있었지만, 가해자는 다른 교사에게 문의하거나 학교 홈페이지를 보고 직접 전화해 묻는 식으로 피해자의 근무지를 수소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당시 대전시교육청은 옛 은사를 찾을 수 있는 스승찾기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가르친 모든 학생들이 마음으로 낳은 자식처럼 소중하고 귀한 존재지만,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오랜만에 제자들에게 오는 연락을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만 받을 수는 없게 됐다”며 “스승과 제자 간의 인연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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