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뜬장’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던 믹스견 68마리...미국서 새 삶 찾는다

  • 김지윤
  • 기사입력:2025.05.08 16:58:05
  • 최종수정:2025.05.08 16:58:05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구조된 진돗개 믹스견. [사진출처 = 연합뉴스]
구조된 진돗개 믹스견. [사진출처 = 연합뉴스]

도축될 위기에 놓였던 개 수십마리가 동물보호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가 새로운 가족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됐다.

8일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2월 흥덕구의 한 개 농장에서 불법 도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속하게 현장 점검에 나선 시는 현장에서 개 사체를 발견하는 등 잔인하게 불법 도축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농장에는 진돗개 믹스 품종 68마리가 있었는데, 이들 개는 ‘뜬장’이라고 불리는 비좁은 철망 케이지에 한 마리씩 갇혀 사육되고 있었다.

이 중에는 태어나자마자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채 죽임을 당할 운명의 강아지도 있었다.

개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영양 결핍으로 뼈가 변형되는 질병을 앓는 등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농장주는 40년 넘게 사육한 개를 도축하고 고기를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농장주로부터 68마리의 소유권을 넘겨받고 보호에 나섰다.

시 산하 반려동물보호센터는 공간 부족에 따라 농장주 협조 속에 일부를 현장에서 보호했다.

직원들은 교대로 아침, 저녁 사료를 주는 등 오랜 시간 죽음의 공포에 노출됐던 믹스견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봤다.

이 과정에서 한 마리가 새끼 여러 마리를 낳았고, 이 중 몇 마리가 국내 입양되기도 했다.

청주시와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가 8일 불법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를 해외로 입양 보내기 위해 이동장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청주시와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가 8일 불법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를 해외로 입양 보내기 위해 이동장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그러던 중 구조 소식을 접한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가 구조견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국내 반려인들의 소형견 선호 현상으로 대형견 입양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고, 오랫동안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가 불가피할 수도 있어 시로서는 무척 반가운 제안이었다.

시 관계자는 “식용으로 키워진 대형견은 입양이 쉽지 않다. 동물보호센터에 입양이 안 돼 1년 이상 머무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한시름을 놨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는 동물보호단체와 협업해 종합 백신, 광견병,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등 해외 입양 준비를 해나갔다.

그 결과 이날 유기동물보호센터와 농장에서 보호받던 개 51마리를 케이지에 옮겨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보낼 수 있었다.

국내 개 농장에서 구조된 리트리버를 입양해 키우는 배우 다니엘 헤니도 이동 작업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너무 어려 당장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강아지와 어미 개 등 17마리는 4개월 정도 더 보호한 뒤 올해 말 해외로 보낼 계획이다.

김상진 청주시 동물보호팀장은 “농장주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농장은 폐쇄됐다”며 “앞으로도 동물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는 일반가정에서 2개월간 유기동물을 임시 보호한 뒤 입양을 결정하는 반려동물 임시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또 입양 시 진료비 지원, 취약계층 진료비 지원 등 동물복지 제도를 시행 중이니,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시 반려동물보호센터는 연간 약 1천300마리의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이 중 20%는 소유주에게 반환하고, 60% 정도는 입양 조치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