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빠니보틀과 공무원 충주맨이 지난달 구글 싱가포르 사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빠니보틀 유튜브 갈무리]](https://wimg.mk.co.kr/news/cms/202504/20/news-p.v1.20250418.20b0cbc452f448f8ae14e0c6791c422b_P1.png)
구글이 다시금 우리나라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다. 구글 지도 서비스를 고도화해 관광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상은 자율주행과 증강현실(AR)을 포함한 핵심 첨단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국가별무역장벽보고서(NTE)를 내고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 조치가 무역 장벽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USTR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최근 구글은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 5000 축적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다. 1대 5000 축적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세세하게 식별할 수 있는 지도다. 현재 구글 지도는 우리나라를 1대 2만5000 축척 지도로 표현 중이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신청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07년과 2016년에도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넘길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안보시설을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반출을 허용했지만, 구글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던 구글이 지난 2월 또다시 구글 지도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안보시설 가림 처리 조치를 따르고 데이터센터 건립 대신 정보 보안 관련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책임자를 지정하고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리원은 내부 심의위원회를 거쳐 협의체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협의체가 심의에 들어가면 신청일부터 60일 이내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이 기한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최대 60일까지 한 번 연장할 수 있다. 늦어도 오는 8월에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셈이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 공개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여덟 개 관계부처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진행된다.
![[사진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4/20/news-p.v1.20250418.56d117cca371428c96af251c187f714b_P1.jpg)
하지만 IT업계에서는 구글이 국가의 핵심 자산을 유용하려는 상황이라 경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구글 지도 사용성 업그레이드는 1대 2만5000 축적 지도만으로도 충분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구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공간정보산업에도 위협이 된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트윈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167억5000만달러(약 23조원) 수준이다. 오는 2030년까지 한 해 평균 35.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면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에 전달하거나 디지털트윈과 스마트시티, 위치기반 예약·결제 등 지도를 토대로 다양한 공간정보산업 진출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공간정보기업은 지리정보시스템(GIS), 위치기반 서비스(LBS), 블랙박스·내비게이션 사업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진출하면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구글이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항공사진과 위성사진에 정밀한 데이터가 결합한다면 민감한 보안시설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주권이 미치지 못해 향후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거나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할 경우 정정 여부가 불확실하다.
복수의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원하는 지도는 보통 국가가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거나 사회기반시설(SOC)을 건설할 때 사용되는 종류”라며 “관광객이 지도 앱을 선택할 때는 정밀도가 아니라 최신화와 편의성을 따져본다”고 설명했다.
![[사진 = 서울시]](https://wimg.mk.co.kr/news/cms/202504/20/news-p.v1.20250418.93bcb052a2a34dd1bd5034630692446d_P1.png)
법인세 이슈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1966년부터 1조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구축했다. 하지만 구글은 조세 회피 중이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해 매출 3868억원을 기록했지만 납부한 세금은 172억원에 불과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3902억원의 세금을 냈다.
구글코리아는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매출을 과소 상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매출의 대부분을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로 송금한다. 정확히 얼마를 송금했는지 신고도 하지 않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구글의 법인세 규모가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네이버·카카오를 살리기 위해 구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며 “구글은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 지도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수수료는 국내 사업자의 10배 수준이라 결국 국내 소비자가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며 “구글은 국내 기업과 형평성이 맞는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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