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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안내고…아빠찬스로 '한강뷰 아파트'

국세청, 편법증여 의혹 104명 고강도 조사
30억원 넘는 아파트 대상으로
작년부터 5000여건 전수조사
법인 활용 우회 꼼수증여부터
검은머리 외국인까지 정조준

  • 김명환/곽은산
  • 기사입력:2025.10.01 17:50:02
  • 최종수정:2025-10-01 20: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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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서울 강남4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에 속한 고가 주택 거래를 집중 점검한다. 사진은 한강변 아파트 전경. 매경DB
국세청이 서울 강남4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에 속한 고가 주택 거래를 집중 점검한다. 사진은 한강변 아파트 전경. 매경DB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서 2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구매한 20대 A씨. 그는 취업준비생으로 소득이 전혀 없고 증여세를 신고한 내역도 없다. 국세청은 A씨가 부친에게서 고가 아파트 취득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씨가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하기 직전에 부친이 보유하던 주택을 수십억 원에 매각했고, 해외 주식도 팔아 상당한 양도 차익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B씨는 서울 한강변 아파트와 지하철역 인근 상가 신축용 토지를 각각 25억원, 65억원에 사들였다. B씨의 부모는 해외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큰돈을 벌고 국내에도 법인을 세워 빌딩을 임대하고 있다. B씨는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고 부모 소유의 법인 자금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국세청이 이 같은 방법으로 서울 초고가 주택을 편법 증여한 사람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9·7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중 하나로 초고가 주택 거래, 외국인·연소자 매수 사례에 대한 전수 검증에 나서며 필요시 즉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1일 밝혔다. 이른바 '한강벨트'로 불리는 지역에서의 주택 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철저한 점검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 강남4구, 마용성 지역 등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가 우선 검증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000여 건 거래를 검증한 뒤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탈세 혐의자를 선별했다. 선별된 세무조사 대상자는 줄잡아 104명이다. 국세청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부모 찬스'를 이용해 고가 주택을 사들인 30대 이하 연소자의 자금 출처를 면밀히 검증한다. 고가 주택을 사들였지만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외국인도 조사 대상이다.

1가구 1주택 비과세 특혜를 노린 '가장매매'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최근 2주택자가 친척이나 지인에게 주택 한 채를 서류상으로만 넘긴 뒤 양도 차익이 큰 다른 한 채를 1가구 1주택 비과세로 신고하는 탈세 의심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에는 개인이 아닌 특수관계 법인에 주택을 이전한 가장매매도 포함됐다. 아울러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고액 전월세살이 임차인도 국세청이 자세히 살펴본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자 104명 중 증여세 탈루 등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사례는 60%이고, 양도소득세 탈세가 의심되는 경우는 40%"라고 밝혔다.

박종희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정당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은 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끝까지 추적하고, 탈루한 세금은 예외 없이 추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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