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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쥔 당원 잡아라 … 與원내대표 후보 선명성 경쟁

민주 첫 권리당원 20% 반영
'국회의원 34표' 맞먹어 사활
김병기 "反헌법특위 띄울것"
서영교, 尹겨냥 마약특검 강조
당원표심 잡기 올인 가운데
"巨與 충성경쟁 우려" 지적도

  • 전형민
  • 기사입력:2025.06.09 17:56:22
  • 최종수정:2025.06.09 17: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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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송순호·김병주 최고위원, 박 대행, 전현희·홍성국 최고위원.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송순호·김병주 최고위원, 박 대행, 전현희·홍성국 최고위원. 연합뉴스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첫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에 돌입했다. 원내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메시지가 독해진 것이다. 내란 종식을 위한 국회 '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출범, 전 정부의 수사 외압을 파헤치기 위한 '마약 상설특검'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집권 여당의 사령관으로서 야당과 협상을 통해 국회 운영을 이끌어갈 원내대표 후보들이 이처럼 상대 당과 전 정권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바뀐 원내대표 선출 방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오는 13일 열리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3선 김병기 의원과 4선 서영교 의원(기호순) 간 2파전으로 치러진다. 민주당의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만 투표권을 가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사상 처음으로 권리당원 투표가 20% 반영된다.

재적 의원의 투표권(168표)으로 환산하면 약 34표에 해당한다. 팽팽한 양자 대결 구도 속에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로 꼽힌다. 김병기·서영교 후보가 각자 의원 표를 단속하는 것과 동시에 당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김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 세력의 난동을 제압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한다"면서 원내대표로 선출되면 즉시 내란 종식을 위한 국회 '반헌법 특위'를 출범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내란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다시는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서 자신을 "어설픈 타협이 아닌 제압과 항복을 받아낼 배짱 있는 장수"이자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집권당의 치밀한 전략가" "당원 동지들께 묻고, 당원 동지들께 보고하는 당원민주주의 실천가"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23년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를 소환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구치소 앞에서 이재명을 연호하며 눈물 흘리는 당원 동지들의 결기를 잊을 수가 없다"며 "국회를 지키고 남태령을 넘었던 시민들, 빛의 응원봉을 잊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서 의원 역시 당원을 향한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7일 이 대통령과의 한남동 공관 만찬을 언급하며 "대통령님께선 그런 말씀도 하셨다. 상설특검 있지 않은가"라며 "상설특검에 '마약특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이것은 빠르게 저희가 요청하고 또 (이 대통령이)상설특검을 임명해서 진행해야 한다. 이런 말씀도 하셨다"고 전했다.

서 의원이 말한 '마약특검'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이 의혹은 세관 직원들의 마약사건 연루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 고위 간부의 외압이 있었고, 그 외압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여권은 "이 의혹의 배후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자인 이종호 씨가 있고, 이씨 배후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작년 8월에 청문회를 열었지만,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후보 간 선명성 경쟁으로 흐르는 원내대표 선거가 당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는 포용력을 가지고 상대 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위치"라며 "과반을 점한 거대 여당의 사령탑을 오로지 충성 경쟁으로만 뽑는 게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길일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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