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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시진핑보다 이시바와 먼저 통화 "대일 강경노선 회귀 없다" 메시지

李 "견고하고 연속적인 외교"
일본내 한일관계 우려 해소
내주 G7서 정상회담 가능성
한일 셔틀외교 재개 기대도

  • 오수현/신윤재
  • 기사입력:2025.06.09 17:45:07
  • 최종수정:2025.06.09 17: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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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처음 통화하면서 '견고하고 연속성 있는 한일 관계'를 언급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대일 강경 노선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일본 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강제징용 해법(제3자 변제) 등 기존 대일 정책이 뒤집힐지 모른다는 일본의 의구심에 대해 '정책 연속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통화하며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과정에서 밝혔던 것처럼 어제가 아닌 내일에 초점을 두고 한일 관계를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다.

실제 일본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를 염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교도통신은 이날 "이 대통령이 과거 일본을 적성국가라고 부르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한 적이 있어 역사 문제로 대일 비판이 고조되는 사태를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한일 관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서 크게 개선됐는데, 3년 만에 한국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 향후 한일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지난주 취임 직후 한일 관계에서 외교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며 "오늘 이시바 총리와의 통화에서 정책 연속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일본 내 우려를 달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국가 간 관계는 정책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신뢰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한일 관계 개선을 최우선 외교안보 과제로 설정한 배경에는 급변한 안보·통상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따라 수출 감소와 경제성장률 저하가 현실화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일 협력이 더 긴밀해져야 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통화하며 한·미·일 협력 강화 방침도 재차 언급했다. 이는 여전히 자신을 둘러싼 미국 워싱턴의 '친중국' 눈초리를 한일 관계 강화를 통해 걷어내겠다는 포석이 읽히는 대목이다.

여권 외교안보팀 관계자는 "미국은 한일 관계를 한국이 어느 편에 서는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긴다"며 "문재인 정부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외교정책을 펼치다 미국의 불신을 사고 중국에선 홀대받았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팀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통화 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향후 직접 만나 한일 관계 발전 방향을 비롯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대통령 대일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날 행사는 주일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리는데 이시바 총리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후속 조치를 위해 대일특사가 일본을 찾을 수 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한일 정상 통화에 관해 브리핑을 하면서 "이시바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와 함께 양국 정부가 쌓아온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더 진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이시바 총리는 납치 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에 대해서도 한국과 긴밀히 공조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수현 기자 /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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