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선거가 없던 2025년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사상 두 번째로 조기 대선을 치르는 해가 됐다. 2017년 벚꽃대선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현직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6·3 대선에 이르기까지 정확히 반년이 걸렸다.

조기 대선 배경이 분명했던 만큼 결과 예상이 어렵지 않다는 시선도 많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발생한 사건들에 따라 민심은 '생물'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나 반대로 단일화 등 판을 뒤흔들 만하다고 여겨졌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이벤트도 많아 대세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선거 막판에 네거티브 공세가 과열되면서 비난과 혐오 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지난 4월 4일부터 지금까지 표심을 흔든 장면들을 되돌아봤다.

헌법재판소,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만장일치로 인용하면서, 전국적으로 '정권 심판'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이날 공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탄핵 찬성은 57%로 반대(37%)를 크게 앞섰고, 중도층 67%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정권 교체를 위한 진보진영 지지율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선후보는 개혁신당만이 이준석 의원을 3월에 일찌감치 선출해 놓은 터라 이때를 기점으로 거대 양당은 대선후보 경선에 본격 돌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이 확정된 이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연임하면서까지 일찌감치 일극 체제를 구축한 영향이다. 이재명 후보는 4월 27일 최종 경선에서 통합 89.77%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대세론을 굳혔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정권 탈환' 요구가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자극했고, 당내 이견 없이 전국적 결집이 이뤄지면서 이재명 후보의 표심은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가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일주일 늦은 5월 3일 대선후보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확정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논란이 이어지며 당내 분열상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 문제에서도 중도층 확장에는 한계가 드러났다.

국민의힘 후보 교체 시도 후 무산

김문수 후보는 3차에 걸친 경선에서 최종 승리했지만, 곧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맞닥뜨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에 응하라고 압박했지만, 김문수 후보는 소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는 5월 10일 새벽 회의를 불사하며 한 전 총리를 대선후보로 하는 후보 교체에 나섰다. 하지만 전 당원 투표에서 부결되며 시도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당내 혼란과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고, 보수 진영의 분열상이 부각되면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일시적으로 정체됐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5월 1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며 이재명·김문수·이준석 등 각 정당 후보들은 본격적으로 전국 유세에 돌입했다. 이재명 후보는 통합과 민생을, 김문수 후보는 보수 결집과 경제를, 이준석 후보는 세대교체와 개혁을 내세웠다. 공식 선거기간 초반부터 이재명 후보가 유권자의 공감을 얻으며 과반에 가까운 지지율로 독주했다.

이재명 후보 호텔경제학 논란

공고할 것 같았던 이재명 후보 독주 분위기에 금이 간 것은 5월 18일 1차 TV토론에서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학' 발언이 논란이 됐다. 발언은 온라인에서 밈으로 확산됐고,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면서 중도·자영업자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이준석 후보가 토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2030세대 일부의 관심을 끌었다.

이준석 후보 젓가락 언급 논란

5월 27일 3차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의 '젓가락' 발언이 논란이 되며 젠더 이슈가 선거 막판에 표심 변수로 부상했다. 여성 유권자와 진보층에서 이준석 후보에 대한 비판이 커졌고, 민주당은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반면 보수·중도 일부에서는 '검증 필요성' 주장이 제기됐다.

사전투표 부실 관리 보도

사전투표 기간인 5월 28~29일,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 여사(김문수 후보 부인) 비하 발언 파문과 사전투표 부실 관리 사태가 발생했다. 유시민 논란은 진보 진영 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 이슈는 공정성 논란을 자극하며 일부 부동층의 불신을 키웠다. 중앙선관위원장이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선거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다.

리박스쿨 의혹 논란도 부상

선거운동 막판인 5월 31일 한 언론이 리박스쿨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방이 극대화됐다. 해당 의혹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보수 진영 공격 소재로 활용됐으나, 진위 논란이 이어지며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김명환 기자 /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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