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MB가 당선됐던 용산빌딩 택해
김문수·홍준표·한동훈은 대하빌딩에 몰려
대선을 50일 앞두고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서울 여의도에 둥지를 틀고 있다. 벌써 정치권에선 “경선 캠프 사무실을 보면 전략을 알 수 있다”며 관심을 쏟고 있다. 후보들은 국회의사당이나 당사와 가까우면서도 대통령을 배출했던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찌감치 용산빌딩에 캠프를 꾸렸다. 용산빌딩은 민주당사와 191m 떨어진 곳에 있다.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던 명당이기도 하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여의도에 사무실 공간이 많지 않은데 공실인 곳은 용산빌딩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용산빌딩 2층에선 실무진 60여 명이 매일 보고서를 만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의원실 파견자를 비롯한 실무진은 여러 팀으로 나뉘어 팀별로 한 장짜리 보고서를 이 전 대표에게 매일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캠프 사무실로 대산빌딩 10층을 점찍었다. 대산빌딩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했던 장소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들과 정국을 구상하고 있다. 이날 김 지사는 대산빌딩에서 직접 기자들에게 커피를 타주며 차담을 하기도 했다.
국회·당사와 가까운 곳에 캠프를 마련하며 실용주의적 면모를 드러낸 셈이다. 반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여의도를 벗어났다. 영등포구 한흥빌딩 6층에 캠프를 차렸다. 대선 출마 선언이 다소 늦었던 데다 여의도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두관 전 의원은 민주당사로부터 323m 떨어진 여의도 파라곤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대하빌딩으로 몰려들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6층), 홍준표 전 대구시장(4층),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9층), 유정복 인천시장(6층)이 모두 대하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차렸다. 대하빌딩은 국민의힘 당사로부터 100m가량 떨어져 있다.
그동안 대하빌딩에선 대통령이 3명 나왔다. 여의도에서는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하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다. 홍 전 시장은 2017년 대선에서도 대하빌딩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350평대 공간을 계약하며 다른 후보들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하빌딩에서 50m 떨어진 맨하탄21빌딩에 캠프를 꾸렸다. 국민의힘 당사 맞은편이다.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맨하탄21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해뒀으나 지난 12일에 불출마를 선언하며 철수하게 됐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